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강도 높은 발언으로 시장에서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당장 이달 연준의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이 유력시되는 것은 물론, 미국 정책금리 고점이 6%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20원 넘게 급등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8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이달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70%가 넘는다고 봤다. 반면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확률은 30% 밑이었다. 전날까지는 0.25%포인트만 올릴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봤으나 하루 만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몰고 온 것이다. 그는 7일(현지시각)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더 빠른 긴축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고용·물가 지표가 예상을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발언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이들 지표는) 최종 금리가 기존에 기대됐던 수준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암시한다”고도 말했다.
미국 최종 정책금리에 대한 전망치는 이제 6%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올해 9월 정책금리 상단 전망치(확률 가중평균)는 한때 연 5.85%를 기록하며 하루 만에 0.18%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예고한 5.25%를 크게 웃돈다.
이는 글로벌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한은의 행보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22.0원 오른 1321.4원에 마감했다. 20원이 넘는 오름폭은 지난달 6일 미국 1월 고용 지표의 호조로 외환시장이 들썩인 이후 처음이다. 이런 상승세가 계속되면 국내 수입물가가 오르고 금융안정도 흔들릴 수 있다.
한은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에 쏠림 현상이 있거나 변동성이 너무 커지면 당연히 우리 금융시장 안정이나 물가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포함해 여러 대응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최종 금리 전망치를 연 3.50%에서 3.75%로 조정했다. 한은이 다음달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강승원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까지 확대되더라도 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한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