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인민은행 청사 앞에서 한 행인이 아이를 안고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1일 정책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낮췄다. 시장 예상보다 인하 폭이 적은 것으로,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부양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일부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용인하면서까지 추진하고 있는 ‘의도된 부동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중국이 제한적인 지원에 나서자 부동산발 불안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흔들렸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누리집을 통해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를 연 3.45%로 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주택담보 대출에 영향을 주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는 연 4.2%로 종전 금리를 유지했다. 이는 시장 예상보다 인하 폭이 적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는 0.1%∼0.15%포인트,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는 0.15%∼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민은행이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두 달 만이다. 3.45%는 인민은행이 대출우대금리를 누리집에 고시한 2019년 8월 이래 가장 낮은 금리다.
중국의 대출우대금리는 명목상 시중은행 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의 평균치이지만,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어서 사실상의 정책금리로 간주된다. 1년 만기는 일반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동산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이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을 놓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 시엔엔(CNN)은 이날 인민은행 정책금리 발표 직후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 인하는 예상됐지만, 5년 만기 금리에 대한 조치 부재는 이코노미스트들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부양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개발업체와 지방정부를 주축으로 부동산 경기를 띄우며 경제 성장을 도모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부채가 과도하게 늘자 2020년부터 개발업체의 부채비율을 규제하고, 부동산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등 디레버리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헝다그룹, 비구이위안과 같은 부동산 개발업체의 잇따른 채무불이행 위기 배경엔 의도된 정부의 구조조정이 있는 것이다.
인민은행이 제한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졌다. 이날 한때 달러-위안 환율은 역내·역외 모두 7.3위안을 넘겨 약 1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위안화와 동조성이 큰 우리나라 원화도 전 거래일보다 4.30원 오른 달러당 1342.60원으로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으로 연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각종 불안에도 부동산 디레버리징을 고수하자 ‘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각) 중국이 일본과 같은 ‘대차대조표 불황’을 겪을 수 있다고 바라봤으나, 제이피(JP)모건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일본에 견줘) 중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더 작고, 도시화 비율이 낮아 추가 부동산 수요가 존재하며,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중국과 일본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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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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