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베이징 모터쇼에서 중국 BYD의 전기차 ‘한(漢) EV’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전기차의 점유율이 큰 폭 하락하며 중국산 전기차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9∼2021년 아세안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산 전기차 비중은 2019년 43.2%에서 2021년 8.2%로 줄었다. 이 기간 점유율 순위는 1위에서 3위로 내려갔고, 수입액도 5600만 달러에서 2400만 달러로 반 토막 났다.
한국산 점유율이 감소한 자리는 중국산이 메웠다. 아세안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2019년 25.7%에서 46.1%로 급등하며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한국과 중국 점유율이 3년 새 역전된 것이다. 또 다른 전기차 경쟁국인 독일 점유율도 같은 기간 1.3%에서 34.1%로 뛰어오르며 3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아세안 지역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은, 한국산에 견줘 품질이 크게 뒤지지 않은 데다 가격은 20~30%가량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한상의는 “아세안 국가들의 전기차 보급 의지는 강해지는 반면 국민의 구매력은 이에 못 미치다 보니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메리트가 더욱 커졌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중국이 아세안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의료 물품을 지원하는 등 외교·경제 협력 분위기가 강화된 점도 중국 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안 10개국의 수입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3억 달러가량이다.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아세안은 한국의 2위 수출시장이자 전 세계 인구의 8%를 차지하는 경제권이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아직 전기차 시장 규모는 작지만 아세안 각국 정부의 탄소 감축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어 친환경차 시장은 앞으로 연평균 47.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광물 자원과 인구가 풍부하고 전기차 전환 수요가 강한 아세안 시장에서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합리적 가격의 수출용 차량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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