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그래비티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 개회식 참석자들이 단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otr@hani.co.kr
디지털 혁명은 미래에 노동의 종말을 야기할까? 아마존의 알고리즘은 소비자 편익을 증가시킬까?
23일 <한겨레> 주최로 경기도 성남시 판교 그래비티호텔에서 열린 ‘제1회 사람과 디지털 포럼’은 빅테크의 핵심인 인공지능, 알고리즘, 플랫폼 등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혁신이란 이름으로 빠르게 침투한 빅테크 기술이 일상에 많은 편의와 기회를 주지만, 알고리즘 차별과 고용·직업의 불안정 같은 부작용도 커지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잔드라 바흐터(Sandra Wachter)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터넷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함께 가는 디지털의 혁신과 책임’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빅테크 기업이 조정하는 불투명한 알고리즘이 인종·성별 등에 ‘은밀한 차별’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투명성이 검증되지 않은 알고리즘으로 이용자가 어떤 친구와 사귀고 어떤 게시물을 올렸는지를 토대로 성별과 취향을 거르는 게 소수자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서스킨드(Daniel Susskind) 옥스퍼드대 인공지능윤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새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노동을 파편화·유연화하는 거대 빅테크 권력을 규제할 감독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동의 미래>의 저자인 라이언 아벤트(Ryan Avent) 영국 <이코노미스트> 수석편집자는 “산업혁명 뒤처럼, 지금의 디지털 혁명이 야기한 여러 부작용과 기술 소외 문제 등이 새로운 사회 규약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포럼에는 김상희·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고진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장 등과 판교에 본사를 둔 아이티(IT)·게임업계 종사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조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빅테크 기업의 반경쟁적 전략과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의 해결을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입법·행정 등 다방면에서 애쓰고 있다”며 “사람과 디지털 포럼이 우리 경제·사회·정치가 지향할 디지털 미래에 대해 건설적인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삶이 편리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술에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디지털 보편권이라는 개념을 확립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주최 사람과 디지털 포럼은 ‘사람을 위해서여야 한다’는 관점으로 디지털 전환과 빅테크·플랫폼 가속화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짚어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주제로 해마다 6월에 열린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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