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그래비티서울판교호텔에서 제1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 이 열려, 패널들이 '메타버스, 인터넷의 미래인가?환상인가?'를 주제로 이슈대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균 경희대 교수,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 판교/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가고 오프라인 세계가 중심이 되는 일상이 돌아와도 메타버스에 대한 ‘추앙’이 이어질까?
23일 <한겨레> 주최 ‘제1회 한겨레 사람과 디지털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 없이는 메타버스 유행이 한차례 거품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누구의 입장에서 새로운 기술의 표준을 써내려갈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메타버스, 인터넷의 미래인가? 환상인가?’ 주제 특별 대담에서 “메타버스가 한국에서 특히 주목받은 건 엔터테인먼트·콘텐츠와 같이 디지털화가 쉬운 산업들에서 한국이 중심에 서도록 도울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께 대담에 나선 위정현 중앙대학교 다빈치가상대학장은 “메타버스가 주목받은 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사이 관계를 새로 설정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40~50대에겐 가상세계가 중요하지 않지만, 30대 이전 세대에겐 가상이 현실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걸 넘어 둘이 융합된 제3 세계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여러 방면에 걸쳐 새 가능성을 열어준 건 맞지만, 이를 현실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한 기업은 아직 드물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 학장은 “벌써부터 메타나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관련 기업 주가가 다 떨어지고 있다”며 “메타버스의 핵심적 한계는 아직까지 게임 이외의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확립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차례 거품이 지나가고 난 뒤 제도권이 메타버스나 대체불가능토큰(NFT)의 진수와 본질을 어떻게 보존하고 다시 끌어올릴지가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기술과 관련한 표준을 누구 입장에서 만들 것인지 논의가 시급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상균 교수는 “지금도 손이나 발이 불편한 입으로 게임을 컨트롤하며 즐기도록 돕는 기기가 나와있긴 하지만, 대중화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기는 장애를 가진 분들이 쓰기 더욱 불편할텐데, 이런 부분을 표준이 얼마나 담아낼지에 따라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 될지, 혹은 대기업이나 일부 소비자에게만 이로운 세상이 될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에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어떤 철학을 갖고 메타버스 시대를 살아갈지 고민할 수 있도록 코딩 등 기술 교육뿐 아니라 인문학 교육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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