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포털 때리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의 ‘여론조작’ 지적에 다음의 ‘클릭응원’ 서비스가 종료되자, 정보기술(IT) 업계에선 ‘탄압이 끝도 없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항저우아시안게임 한국-중국 남자축구 8강전 경기가 끝난 뒤 일부 이용자의 ‘클릭 조작’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클릭응원’ 서비스에서 중국의 응원 클릭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되자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이를 ‘가짜뉴스·여론조작’이라고 비판했고 해당 서비스 운용사인 카카오는 즉각 이 기능을 없앴다. 과거에도 이러한 ‘응원 클릭수 조작’이 있어왔지만 ‘놀이 문화’로 넘기고 말았던 카카오는 이번에는 “경찰에 수사를 맡기겠다”고 나선 상태다.
정보통신 업계에는 한숨 소리가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응원을 위해 얼마든지 누를 수 있게 되어 있는 클릭 기능을 이렇게 문제 삼을 일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모든 문제에 ‘가짜뉴스’ 프레임을 붙이고 정치 이슈화하니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기업의 불만이나 클레임(고발)보다 저널리즘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그런 기준도 다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호통에 포털이 먼저 납작 엎드리는 형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지금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기사에 손을 대고 각종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며 “디지털 기업을 통해 언론사 콘텐츠에 손대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전형적인 언론 통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간된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에는 ‘가짜뉴스’를 단속하겠다며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억압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국가의 시도를 지적하고 이를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네이버는 최근 한달 사이에 여당이 ‘좌편향’이라 비난해온 ‘에스엔유(SNU) 팩트체크’와의 제휴를 종료한 데 이어, 언론중재위원회나 포털에 신고만 해도 언론사 기사 제목에 ‘심의 중’ ‘요청 중’ 표시를 붙이기로 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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