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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공적금융 8천억 지원 호주 바로사 가스전, ‘저탄소 약속’ 지켜질까

등록 2022-06-02 14:52수정 2022-06-02 18:51

무역보험공사 이어 한국수출입은행도 투자
수은 “탄소배출 줄이는 공정 긍정 평가”
저탄소 LNG 2025년부터 생산 공표했지만
탄소포집 기술 개발사는 2027년으로 늦춰
호주 바로사 가스전. 에스케이이앤에스 제공
호주 바로사 가스전. 에스케이이앤에스 제공
에스케이이앤에스(SK E&S)가 주요 사업자로 참여하는 호주 바로사-칼디따 해상 가스전(이하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약 4천억원 규모의 금융을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액화천연가스(LNG·엘엔지) 사용이 불가피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식의 생산 공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의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는 등 탄소 배출 저감 사업의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도 공적 금융이 지원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수은은 지난 31일 확대여신위원회를 열어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에 3억3천만달러(410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수은 관계자는 “엘엔지 도입 필요성과 환경 이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 여신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무역보험공사도 같은 규모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에스케이이앤에스는 2012년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 지분 37.5%를 매입하며 사업자로 참여했다. 호주 산토스와 일본 제라(JERA)도 참여한 이 사업에 에스케이이앤에스는 2021년 3월 최종투자결정(FID)을 내렸고, 2025년 가스 생산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가스전은 호주 다윈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해상에 위치해있으며, 사업장 면적은 서울시의 2배 규모인 1300㎢이다. 에스케이이엔에스는 여기서 생산된 엘엔지를 국내로 도입해 ‘블루 수소’ 생산 등에 활용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공급 개시 목표 시점은 2025년으로 잡고 있다.

바로사 가스전의 탄소 과다 배출 논란은 꽤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사업 최종투자결정이 이뤄진 지난해 3월 말 에스케이이앤에스는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엘엔지(CO₂ Free LNG)를 2025년부터 20년 동안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없는’ 엘엔지라는 표현은 과대광고라며 기후단체는 허위·과장·기만 광고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신고했다. 무혐의 결정을 받았지만, 이후 에스케이이앤에스는 ‘탄소 배출 없는(Free)’이란 표현 대신 ‘저탄소’란 용어를 쓰고 있다. 탄소 포집·저장 기술만으로는 탄소 배출을 0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후단체 지적을 받은 뒤 표현을 바꾼 것이다.

바로사 가스전과 탄소·포집저장 사업 추진 가스전 위치도.
바로사 가스전과 탄소·포집저장 사업 추진 가스전 위치도.
투자 결정 뒤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저탄소’ 엘엔지 생산 시점이 불확실해서다. 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주도하는 산토스는 지난 3월 ‘2022 기후변화 보고서’를 펴내 “현재(2022년 3월 기준) 탄소 포집·저장 사업은 기본설계단계(FEED)에 있기 때문에 2025년에야 이 사업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을 할 수 있고, 2027년에야 이 기술을 적용해 저탄소 엘엔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탄소 엘엔지 생산 시점이 2025년이 아닌 2027년으로 연기된 것이다. 통상 최종투자결정 뒤 실제 사업 개시까지는 수년이 더 걸리므로 2027년 생산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탄소 포집·저장 사업 일정과 관련해서는 에스케이이앤에스 쪽 설명도 명확하지 않다. 에스케이이엔에스 관계자는 <한겨레>에 “우리도 보고서 내용을 보고 산토스 쪽에 문의해봤는데, 2025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산토스 최고경영자 방한 때 물어보니 ‘사업 추진 일정을 보수적으로 잡다 보니 2025~2027년으로 잡혔다’고 했다”고 말했다.

저탄소 엘엔지를 얻기 위한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뽑아올린 천연가스는 불순물 제거 뒤 390㎞ 떨어진 육지 터미널로 운송돼 천연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공정을 거친다. 이후 이산화탄소는 압축·액화해 다시 500㎞ 떨어진 바유-운단 폐가스전으로 보내 지하에 매장한다. 결과적으로 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활용 사업이 따로 진행 중인 셈이다. 여기에는 이탈리아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21일 오전 11시 한국수출입은행 앞에서 기후솔루션 활동가들이 에스케이이앤에스가 추진하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수출입은행 자금 투자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지난 3월21일 오전 11시 한국수출입은행 앞에서 기후솔루션 활동가들이 에스케이이앤에스가 추진하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수출입은행 자금 투자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제공
기후단체 쪽은 “수은의 투자 결정은 화석연료 기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세계적 추세에 어긋나는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석탄뿐 아니라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는 금융·보험·투자 회사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2020년 12월 영국 수출금융(UKEF)은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기로 했고, 유럽투자은행(EIB)과 스웨덴 수출신용공사도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 제한에 나선 바 있다. 미국 재무부도 화석연료의 채굴·운송·발전 등 생산과정 전반에서 세계은행 등 다자간개발은행(MDB)의 금융 제공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송경근)는 가스전 개발 지역에 거주하는 호주 원주민 3명 등이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낸 투자계약 등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금융회사의 투자로 원주민들의 소유권이나 환경이익이 직접 침해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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