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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고물가에 책값도 들썩…종이값·인쇄·제본비 다 올라 어쩌나

등록 2022-09-08 07:00수정 2022-09-08 09:23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서적’ 추이 보니
올해 6월 전년 동월 대비 3%…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
국제펄프가격 뛰고 코로나19로 인쇄·제본 인력 부족
출판 업계 “대응 쉽지 않아…책값도 올릴 수밖에”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 모습. 연합뉴스

동물책 전문 1인 출판사 ‘책공장’을 운영하는 김보경 대표는 이달 말 출판 예정인 그림책 <황금털 늑대> 출판 견적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이전 책 출판 견적에 견줘, 종이값과 인쇄·제본비 항목이 크게 올라서다. 그는 “고물가와 재료비 상승 여파가 책 출판 시장에도 미치고 있다”며 “권당 책값을 얼마로 정해야 하나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환율 급등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과 고물가 여파에 책 출판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책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린다. 김 대표 역시 “어쩔 수 없이 책값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심리적 저지선을 고려해 그림책은 1만~1만2천원 정가를 유지해왔는데, 이번 책은 최소한 1만4천원은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외국 서적 출판 때는 환율 급등에 따른 저작권료 부담 상승까지 더해지며 책값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7일 <한겨레>가 최근 5년 동안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중 ‘서적’ 항목의 추이를 따져본 결과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서적 물가 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 8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18년 0.6%, 2019년 0.8%, 코로나19 대유행 발생 직후인 2020년 -1.2%, 2021년 0.7% 변동하던 게 올해는 2.4%까지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월 기준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1%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6월 이후에는 2~3%로 가팔라졌다.

책 출판 업계는 책값 급등 이유에 대해 “고유가 여파로 인쇄에 사용되는 금속판, 잉크, 종이 등 원재료 가격이 올랐고, 다른 비용 역시 물가에 연동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책 출판비의 20% 내외를 차지하는 종이 가격이 크게 뛰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 통계를 보면, 올해 1월 톤당 675달러이던 펄프(미국 남부산 혼합활엽수펄프) 가격이 지난 5일에는 톤당 1030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크게 올랐다. 종이 원료로 사용되는 펄프 가격이 톤당 1천달러를 넘은 것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덩달아 종이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솔제지를 비롯한 제지업체들은 책 출판용 종이값을 올해 들어서만 1월, 5월, 7월 등 세 차례 올렸다. 종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국제 펄프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펄프는 대부분 동남아시아나 남아메리카에서 수입을 하는데, 종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100%로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인쇄·제본 업계 노동자들이 고령화와 이직 등으로 많이 떠나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도 책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대형 인쇄업체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연봉 4천~5천만원을 줘도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배달·택배 등 신규 일자리로 이동해서 돌아오지 않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외국인 인력을 구하기 어렵게 되면서 인력난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런 상황을 들어 책값 도미노 인상을 전망하기도 한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모든 물가가 오르니 책값도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제지업체나 인쇄업체가 이익을 더 내기 위해 견적을 높이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출판사들도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책값이 오르며 이미 줄어들고 있는 책 읽는 수요가 더욱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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