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 대한송유관공사 저유고 앞에 각 정유사 유조차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가 덕에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연속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 ‘횡재세’ 논란까지 불렀던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3분기에는 큰 폭으로 꺾였다. 경기 부진 심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산유국들(오펙플러스)의 감산 결정 등으로 유가가 안정화하고 정제마진이 떨어져서다. 4분기 전망과 관련해서는, 정유사들은 “다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시장에선 다양한 외부 변수를 들어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지에스(GS)칼텍스 등 국내 정유 4사의 3분기 영업이익 합계(연결기준)는 2조7356억원으로 전분기(7조5536억원)에 견줘 63.8% 줄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70%, 현대오일뱅크는 50% 가까이 감소했다. 지에스칼텍스는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와 중국 석유제품 수출 쿼터 확대로 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61.6% 감소했다”고 말했다.
4분기 전망은 엇갈린다. 정유사들은 “4분기에는 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9월 셋째주 배럴당 0달러까지 떨어졌던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이 지난 10일 기준으로 8.83달러까지 오른 점을 근거로 든다. 업계에선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평가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의 계절적 수요가 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오펙플러스의 감산으로 수급 상황이 악화하며 유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점도 4분기 전망을 밝게 보는 요인으로 꼽는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등유와 경유의 재고 수준이 낮고, 아시아지역 정제마진 역시 계절적 수요 증가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금리 인상 폭 확대에 따른 경기 부진 속도 가속화 등을 들어 4분기 전망 역시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많다. 중국이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늘려 공급이 늘 수 있는데다, 경기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엔에치농협증권은 “정제마진이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고, 경기 둔화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감산 등으로 11월 이후) 유가의 하방이 제한된 점이 정제마진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정유기업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은 “정제마진과 재고평가 이익 감소 등으로 내년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5.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 8월30일 배럴당 102.84달러(WTI 97.01달러)에서 지난 11일에는 91.05달러(WTI 88.96달러)로 떨어졌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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