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11월17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에스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가 재조명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발표한
탄소 감축 계획이 종전 계획보다 완화된 배경으로 이 프로젝트가 거론되고 있어서다. 이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종전 계획을 수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스오일이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에틸렌·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 공장을 짓는 대형 사업이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생산 비중이 높았던 에스오일은 이 프로젝트를 거쳐 사업구조를 플라스틱 원료 등 석유화학 부문 비중을 12%에서 25%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에스오일 모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2018년 4조8000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9조2580억원 추가 투입을 결정했다.
이런 포트폴리오 조정은 현대오일뱅크·지에스(GS)칼텍스 등 또다른 정유사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수소차 확대나 메탄올 등 바이오 연료 사용이 늘면서 석유제품 사용은 점점 줄 것”이라며 “반면 첨단소재·친환경 섬유부터 일반 플라스틱까지 석유화학 제품 시장은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힌 프로젝트도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산업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는 기업 단위의 이런 몸부림과 별개로 기후 위기 대응과 그 일환은 탄소 감축이라는 범지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정부는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를 관저에 초청하는 등 환대한 데 이어 지난 9일 울산에서 열린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 직접 참여하면서 좀 더 확산하고 있다. 탄소 감축 로드맵을 촘촘하게 짜고 추진해야할 책무가 있는 행정부 수반이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프로젝트에 맞장구를 치는 듯한 행보가 어색하거나 어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정부, 기업, 시민이 모두 한국 산업의 전환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할 수 있는 긴 안목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기후변화와 환경경제학 전공)는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조업, 특히 석유화학이나 철강 등 소재 산업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이 아직 진행중이다보니 외국도 현재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한국도 당장의 감축 목표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제대로 된 이행과 보다 큰 틀의 전환을 부르는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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