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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윤 대통령 방문 네덜란드 ASML, 왜 ‘슈퍼 을’로 등극했나

등록 2023-12-12 20:05수정 2023-12-13 10:02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에이에스엠엘(ASML) 본사에 방문해 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에이에스엠엘(ASML) 본사에 방문해 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순방 기간 반도체 장비 업체 에이에스엠엘(ASML)을 찾을 예정이다.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은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기업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이 장비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반도체 업계에선 ‘슈퍼 을’로 불리지만,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대중국 수출을 막으면서 수출처가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와 함께 한국의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으로 제한되고 있다.

극자외선 노광장비는 반도체 회로 폭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으로 미세하게 그리기 위해 필수적인 장비다. 디지털 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얇을수록 저전력·고성능이 된다. 이 때문에 첨단 미세 반도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업체들은 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장비 한 대당 가격이 2천억원이 넘지만, 한 해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 40대 안팎에 불과하다.

이전에 노광장비가 필요한 기업은 티에스엠시와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동아시아 기업이었다면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노광장비 확보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수요를 더 못 따라가는 상황이 됐다. 최근엔 미국 뉴욕주가 아이비엠(IBM)과 마이크론 등과 협력해 반도체 연구센터에 노광장비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과 에이에스엠엘 간의 관계는 돈독한 것으로 평가된다. 에이에스엠엘이 본격적인 노광장비 개발을 위해 투자금을 필요한 시기인 2012년 삼성전자는 에이에스엠엘의 지분 3%를 인수하면서 3630억원을 건넸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에스에스엠엘로부터 노광 장비를 약 40대 이상 구매하면서 티에스엠시(약 100대 구매 추정)에 이은 최대 고객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이른바 ‘슈퍼 을’도 장비 수요처로서 한국 업체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 영향으로 에이에스엠엘도 중국의 주요 고객들을 잃게 된 상황이다. 에이에스엠엘의 지난해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4%로 대만(42%), 한국(29%) 다음으로 높았기 때문에 이를 만회할 곳을 찾아야 할 형편이다.

또 장비 수입 길이 막힌 중국 기업이 첨단 기술 경쟁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반도체 제조 장비 자급화에 뛰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에이에스엠엘의 시장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 광학 기술이 뛰어난 일본의 기업들도 장비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실제 일본 캐논은 지난 10월 극자외선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5나노미터(㎚) 이하의 첨단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 노광 장비’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에 도착하기에 앞서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참모들을 소집해 한 시간 동안 반도체 관련 논의를 하는 등 ‘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을 밀고 있지만, 이처럼 한국 기업들과 에이에스엠엘의 이해관계는 이미 서로 맞아 떨어진 상황이다. 아울러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 경쟁의 다층적인 면은 나라 한 곳과 협력만으로 안정적인 반도체 입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에이에스엠엘의 극자외선 노광장비 역시 독일 기업 등의 협력을 통해 만들었고, 무엇보다 미국이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미국 정부도 이 장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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