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 투입
코로나 타격 큰 7대 업종 집중
산은 기금채권 발행·정부 보증
해당 기업에 자구노력 의무 부과
고용 약속 못지키면 지원금 회수
정상화 국가·사회와 이익 나눠야
코로나 타격 큰 7대 업종 집중
산은 기금채권 발행·정부 보증
해당 기업에 자구노력 의무 부과
고용 약속 못지키면 지원금 회수
정상화 국가·사회와 이익 나눠야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등 우리 경제의 ‘등뼈’ 구실을 하는 기간산업에 정부가 총 40조원을 지원한다. 단 ‘고용 안정 및 기업활동 정상화 이후의 이익 공유’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22일 정부가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 설치·운영방안’을 보면, 산업은행이 40조원 한도의 기금채권을 발행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조성하고 국가가 이 채권에 보증을 제공한다. 이 기금은 산업 특성과 개별 기업의 수요에 맞춰 금융권 대출, 회사채 등에 대한 지급보증 외에도 직접 출자(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우선주 매입 등) 방식으로 쓰일 예정이다. 일시적인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 공급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까지 지원한다는 뜻이다. 지원 대상 업종은 항공·해운·자동차·조선·일반기계·전력·통신 등 7대 업종을 중심으로 하고, 법령으로 대상 업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7대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대상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단 정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실이 발생한 기업에는 채권은행 중심의 통상적인 기업회생 프로그램을 적용할 방침이다. 40조원 지원 대상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명확한 기업으로 한정한다는 얘기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3대 지원 조건’이다. 정부는 지원받는 업종·기업에 일정한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고용 안정과 기업 정상화 이후 이익 공유를 지원 조건으로 못박았다. 대상 기업은 6개월 이상 등 일정 기간 일정 비율 이상의 고용 총량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지원자금을 감축·회수한다는 의미다. 또한 기업의 도덕적 해이 방지와 고통분담 동참을 위해 지원자금 전액 상환 때까지 기업 임원의 고액보수 제한, 배당 또는 자사주 취득 금지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지원을 받은 기업이 정상화됐을 때 그 이익을 해당 기업의 주식가치를 향유하는 방식으로 국가와 사회가 공유한다는 방침을 명시했다. 총 지원금액의 일정 몫(예컨대 15~20%)은 대출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주식을 인수할 권리가 붙은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및 우선주 취득 같은 ‘출자 방식’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기업활동이 정상화돼 주가가 오르면 주주와 경영진이 그 이익을 독점하도록 두지 않고 국가도 나눠 갖겠다는 얘기다. 미국·독일 등 여러 나라가 이번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 패키지에서 이미 부과·시행하고 있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별 기업마다 자본조달 방법과 부채구조 등 특성이 다르기에 이익공유 장치를 건건이 다르게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조건과 관련해 당장 고용 총량과 유지 기간·비율, 적용 시점 등을 놓고 정부와 업계가 줄다리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날 항공협회는 “정부의 지원방안 발표에 환영한다”면서도 “이익공유 장치 수준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자칫 기업의 자율경영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산은에 40조원을 예산으로 직접 출자하는 게 아니라 산은이 채권을 발행해 기금을 조성하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라, 기금의 대출액 중에 손실이 어느 정도 발생해 세금으로 충당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조계완 박수지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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