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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바이든, 비행기 떴는데 “안 가”…우크라 방문 특급 연막작전

등록 2023-02-21 09:51수정 2023-02-21 22:19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군을 추모하는 공간을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군을 추모하는 공간을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AFP 연합뉴스

19일 오전 10시(현지시각)에 시작한 미국 <엠에스엔비시>(MSNBC) 방송 일요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 방문길에 우크라이나에 들를 계획은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커비 조정관은 망설임 없이 “이번에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새벽 4시15분에 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행 여정을 시작한 상태였다.

전쟁 발발 1돌을 앞두고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연막작전의 연속이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후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 주요 기반시설을 통제하지 않는 상태에서 전쟁 중인 나라의 수도를 방문한 것은 현대에는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을 국방부와 정보기관 등의 극소수 인력과 함께 몇 달 전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최종 결정은 출발 이틀 전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내렸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발 전날 아내 질과 외식을 한 이후로 기자들 시야에서 사라졌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키이우행 기차에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인 19일 저녁에도 그가 미국 시각으로 20일 저녁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폴란드를 향해 출발한다는 가짜 일정을 계속 안내했다. 백악관 쪽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잠시라도 들를 것인가라는 언론의 질문에 부인으로 일관해온 터였다.

수행 인력도 평소보다 크게 축소됐다. 전용기에는 취재 기자와 사진 기자 1명씩만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맡긴 채 보안 서약을 하고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소 ‘에어포스 원’으로 사용하는 보잉747기보다 작고 눈에 덜 띄는 보잉757 기종을 이용했다. ‘에어포스 투’로도 불리는 이 비행기는 미국 대통령이 통상 국내를 여행할 때 쓴다. 비행기가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급유를 위해 1시간가량 머물렀을 때 바이든 대통령은 내리지 않았다. 비행기는 통상적인 전용기 호출 부호 ‘에어포스 원’ 대신 ‘특별 공중 임무’(Special Air Mission)의 약자를 이용한 ‘SAM060’라는 호출 부호를 이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곳으로 지난해 3월 방문한 폴란드 제슈프 공항에 내린 뒤 기차로 10시간가량 걸려 키이우역에 도착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비행기가 람슈타인 기지에서 제슈프까지 1시간가량 이동할 때는 추적을 피하려고 레이더와의 송수신 장치인 트랜스폰더를 껐다고 전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상공에는 미군 정찰기 2대가 떠 키이우 상공까지 감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키이우역에 도착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키이우역에 도착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방문 여부와 함께 방문 지역도 논의 대상이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가기로 결정하면 키이우를 방문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대통령은 위험을 감수하고자 했다”며 “어렵더라도 그가 (키이우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키이우에서 5시간을 머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확고한 지원 의사를 재확인한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에서 이동하며 전용 리무진이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이용했다. 실제 러시아군의 공습은 없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도보로 이동할 때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려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백악관은 겹겹의 방어막을 치면서도 러시아 쪽에는 우발적 공격에 대비해 방문을 사전 통지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출발 몇 시간 전에 “충돌 방지”를 위해 방문 계획을 고지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다음 방문지인 폴란드에 도착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폴란드 배치 미군 증강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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