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부 장관이 탈린에 있는 에스토니아 국방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탈린/ 노지원 특파원
인구 133만명. 영토 면적 4만5228㎢. 에스토니아는 발트 3국 가운데 인구가 제일 적고, 땅도 가장 작은 나라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한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엿새 전에 첫 미국산 대전차 미사일 등 무기를 보냈다. 에스토니아 의회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가운데 이웃인 핀란드·스웨덴의 가입 신청을 가장 빨리 비준했다.
가장 작지만, 러시아와 긴 국경을 마주한 에스토니아는 이번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3일(현지시각)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만난 한노 페브쿠르 국방장관은 다가오는 “수 주, 수 달” 안에 이번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결판이 날 것이라며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시간이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을 예상했나.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크림반도, 돈바스 일부 지역을 침공했고 점령했다. 지난해 전쟁이 아주 깜짝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정보를 수집해왔고, 러시아가 어떻게 행동할지 알고 있었다. 전쟁을 바라지 않았지만 일어났고 그 결과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뒤 러시아의 위협을 더 가까이 느끼나.
“그렇다. 특히 지난 수년~수십 년의 상황을 볼 때 서방과 나토를 향한 러시아의 행동은 항상 매우 공격적이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2014년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우리가 50년 넘도록 유럽에서 전쟁이 없도록 관리를 해왔음에도 러시아는 불행히도 유럽에서 대규모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해 전쟁이 터진 뒤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나토의 모든 회원국은 러시아를 동맹의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긴다. 러시아는 아주 오랫동안 군사력을 키워왔다. 그런데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기간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의) 약 3.5∼4% 정도로 낮췄고 이것이 30여년 동안 이어졌다. (냉전 이후인 1990년대 들어서는) 2% 아래로 떨어졌다. 어떤 나라들은 1%도 채 지출하지 않았다. 커다란 공백이 생긴 거다. 유럽 모든 나라는 각자의 군을 재건하고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안보 위협을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첫째, 지난해 전쟁이 격화되기 전부터 에스토니아는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이 포함된 첫 번째 군사 원조 패키지를 보냈다. (첫 재블린은 전쟁 발발 직전인 2022년 2월18일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둘째, 에스토니아는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로 따지면 우크라이나 대한 가장 큰 군사 지원 공여국이다. 셋째,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신형 무기 시스템과 대함 로켓 등을 사들이고 영토방위군 규모를 2배로 늘리는 등 역량을 키운다. 올해의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 대비) 2.8%, 내년에는 3.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에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 병력을 증강했다. 이에 맞서 영국은 에스토니아에 추가 전투단을 배치하는 등 안보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그것은 일시적인 대책이었다. 내 동료인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과 함께 올해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에 다시금 합의했다. 지난 1월 (영국) 치누크 헬기가 들어왔고, 3월에는 스프링 스톰 훈련을 위해 추가 부대가 들어온다. 공중 정찰을 위해 (영국 타이푼) 전투기도 들어올 예정이다. 영국은 에스토니아에 배치된 강화된 ‘전방주둔전투단’(EFP)에서 항상 선도적 역할을 했다. 이들은 우리 스스로가 사단을 만드는 것도 도울 거다.
미군도 배치된다. 이미 약 300명에 달하는 미군이 (에스토니아에) 주둔하고 있다. 100명 이상 규모의 고속기동표병다연장로켓시스템(HIMARS) 부대도 와 있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우리는 현재 1년 전보다 더 큰 화력이 있다. 탱크와 함께 덴마크군·프랑스군도 여기 있다. 우리 스스로 군에 대해 투자를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이러한 국제적 협력도 계속할 거다.”
―안보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에 어려움은 없나.
“현시점에서 가장 큰 도전과제는 ‘시간’이다. 언제든 최신 무기, 자산을 살 수 있지만 공급자와 탄약과 무기 시스템을 생산하는 공장이 이를 조달할 준비가 돼 있는지 봐야 한다. 모든 국가가 군사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계약하더라도 조달까지 시간이 걸린다.”
―에스토니아가 마주한 안보 위협을 없애기 위해 유럽연합(EU)과 나토는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유럽평화기금(EPF) 등 다양한 것이 있지만, 한 예로 지난주에 유럽연합이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무기) 제조업체에 탄약을 사자는 얘기가 나왔다. (카야 칼라스 총리는 지난 10일 코로나 팬데믹 동안 유럽연합이 백신을 함께 주문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 위한 무기를 함께 구매하자고 제안했다.) 그밖에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 등으로 유럽연합과 나토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점령 아래 있는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모두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서방이 계속 지원을 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1991년에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이 독립했을 때 이미 국경은 정해졌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당신들 땅을 포기하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전 영토를 수복하긴 어렵지 않으냐는 ‘현실론’도 나온다.
“만약 러시아가 본토에서 떨어져 있는 미국령 알래스카를 차지했다고 치자.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전투기 지원에 대한 에스토니아의 입장이 궁금하다.
“아주 쉽다. 몇달 전에 우크라이나에 서방 탱크가 들어가는 것은 아주 별로 현실적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결정이 내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면 도와야 하고, 그들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게 하기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
―서방의 탄약 생산 속도가 우크라이나의 소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나토가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는 데에 상당한 확신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입장은.
“우리는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먼저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 군사적으로만 보면, 우크라이나는 확실히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토 가입 전에 군사적 조건뿐 아니라 충족해야 할 다른 조건이 있다. 나토뿐 아니라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가입 여부는 전적으로 각 나라에 달렸다.”
―이웃 나라인 핀란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위한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다소 난항을 겪고 있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에스토니아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이웃, 주변국인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매우 중요하다. 에스토니아는 의회 차원으로 따지면 가장 먼저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비준했다.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비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그들이 비준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두 나라는 모든 나토 회원국이 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만족하게 할 역량이 있다. 지도를 보면 발트 해가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나토가 발트 해를 통제해야 한다. 동맹이 에스토니아로 오는 가능한 경로를 보면 두 나라는 정치, 군사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 또한 현재는 우리가 가진 모든 정보를 규정상 두 나라와 공유할 수가 없다. 두 나라가 회원국이 되면 이러한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다.”
―이번 전쟁의 끝을 어떻게 예상하나.
“내 생각에는 (짧게는) 다음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전황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보여주리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고, ‘이 전쟁이 계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예측도 할 수 있다.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젖어있던) 땅이 마르기 시작했고 (군사적으로) 큰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전쟁이 매우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상당하지만 다음 수주~수달의 결과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보여줄 거다.”
탈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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