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미국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루스템 우메로우(뒷줄 왼쪽)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알링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리하게 놔둘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달라고 호소하는 연설까지 했지만 상원에서 거부당했다. 지난 반년 동안 진행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실제 미국의 군사원조가 끊기면 전황은 러시아군에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상원은 6일 우크라이나에 500억달러, 이스라엘에 140억달러의 군사원조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 1110억달러(약 146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 법안을 놓고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를 했으나 49 대 51로 부결됐다. 애초 결과는 50 대 50이었으나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를 재표결에 부칠 수 있는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절차적 이유 때문에 자신의 표를 ‘반대’로 바꿨다. 상원에서는 100명 중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무제한 토론을 뜻하는 필리버스터를 생략하고 본안 표결로 넘어갈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표결을 앞두고 연설을 통해 “오늘 투표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며 가결을 호소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앞선 4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의회가 예산을 추가해주지 않으면 연말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장비를 보낼 돈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화당은 푸틴이 바라는 최대의 선물을 주고, 우크라이나를 넘어 우리의 세계적 지도력을 버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면 거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까지 침공하면 “미군이 러시아군과 싸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막지 못하면 전쟁이 나토로 확대되고, 그렇게 되면 미국이 나토 헌장 5조(집단 안보)에 따라 전쟁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미국은 개전 이후 6일까치 우크라이나에 무려 442억달러어치 무기 지원을 해왔다. 이 지원이 끊기면 전황이 러시아 쪽으로 급격히 기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 등 서방의 대규모 무기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 6월 초부터 대반격에 나섰지만 러시아의 견고한 방어선을 뚫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최근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를 인정했다.
이 문제를 보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견해는 나뉘어 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앞선 지난달 2일 백악관이 제출 법안 중 이스라엘 지원 부분만 통과시켰다. 공화당은 나아가 법안에 멕시코 국경 통제를 크게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 문제의 진정한 해결에 동의한다”며 양보 의사를 밝히면서도 “공화당은 타협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얻으려고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전 주요 7개국(G7) 정상들 및 젤렌스키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열고 “언제까지든”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은 이 회담을 통해 내년부터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을 제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생산국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