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워싱턴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내년 군사원조 예산이 미국 의회에서 차단당하자 급거 방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원조 지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꿈을 실현시켜줄 것이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방대에서 미군 장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것에 고무될 유일한 사람은 푸틴과 그의 병든 패거리들”이라며 “그들은 (군사원조가) 지연되면 자신들의 꿈이 이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또 “당신들은 (러시아군을 격퇴하겠다는) 우크라이나를 믿어도 된다”며 “푸틴은 패배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군인들을 배신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이 연말이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바닥난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4 회계연도 예산이 공화당의 반대로 확정되지 못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10억달러를 비롯해 1110억달러(약 146조원) 규모의 ‘긴급 안보 예산’을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공화당은 멕시코 국경 단속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으면 이 예산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이처럼 다급한 상황에서 방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을 한다. 또 공화당 쪽을 설득하려고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만날 계획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중대한 순간에 미국에 왔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는 굳건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추가 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에는 죽고 사는 문제”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미 첫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나 차관 제공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미국은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에 1110억달러를 지원했다. 연방정부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공화당 쪽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미시간대가 5~6일 미국인 1004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48%가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고 답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수준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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