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6일 백악관에서 이라크연구그룹으로부터 보고서를 전달받은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미국인 4명 중 3명 이라크연구그룹 “권고안 지지”
정책전환 ‘명분’ 계기로 삼을수도
정책전환 ‘명분’ 계기로 삼을수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정책 실패를 초당적으로 공인한 이라크연구그룹의 보고서를 수용할 수 있을까?
6일 오전 142쪽짜리 보고서를 받아든 부시 대통령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그는 연구그룹 인사들과 만난 뒤 “이 보고서는 이라크 상황에 대해 매우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제안을 담은 보고서이며 우리는 모든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며 시의적절한 형태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공언한 보고서의 내용에 기분이 좋을 리는 없으나, 어떤 형태로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보고서 발표 직후 여론조사기관인 월드퍼블릭오피니언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 4명 중 3명은 이라크연구그룹의 제안을 지지했다. 문제는 이 보고서의 권고안을 어느 정도로 수용하느냐는 것이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인 △2008년까지 전투병력 철수 △이란·시리아와의 대화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등에 대해 부시는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부시는 ‘일정을 정한 철군은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이란·시리아와의 대화도 꺼렸다.
오히려 보고서는 현재로서는 그에게 이라크 정책 전환의 명분과 계기로서의 역할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행정부의 다른 검토들이 진행 중이며, 그는 여러 선택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척 헤이글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 보고서는 이라크에 군사적 해결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중동 지역 차원의 지속적인 외교와 개입정책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요구한다”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의 선택지도 결국 이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당장 주목되는 것은 7일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회담이다.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을 밀어붙인 블레어 총리는 5일 야당 의원들과의 대화에서 이라크전이 실패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리언 파네타는 블레어 총리가 이 보고서의 권고안을 1월초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주도권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보고서의 권고안들을 시의적절하게 취사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가문의 ‘구원투수’이자 연구그룹의 공동의장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부 장관은 6일 <엔비시>(NBC)와 회견에서 “대통령이 초당적으로, 그리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방향으로 이라크 문제에 접근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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