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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청천벽력 동포사회 “한국인 피해 입을까 불안”

등록 2007-04-17 23:28수정 2007-04-18 02:45

미국 전역이 총기난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16일 밤 버지니아공대 학생이 추모집회가 열리는 전쟁기념관홀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 블랙스버그/AP 연합
미국 전역이 총기난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16일 밤 버지니아공대 학생이 추모집회가 열리는 전쟁기념관홀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 블랙스버그/AP 연합
“중국계로 보도나와 상상도 못했다”
버지니아공대 한국학생회 망연자실
미국 역사상 최악인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미국 한인사회는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포들은 이번 사건으로 한인사회가 받게 될 타격을 몹시 우려하고 있다.

사건 직후부터 긴급 상황실을 운영해온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 쪽은 범인이 한국계로 밝혀지자, 큰 충격에 빠졌다. 주미 대사관 고위관계자는 “16일 저녁(현지시각)부터 범인이 한국계 학생일 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아 계속 긴장하고 있었다”며 “우선 공식 확인을 한 뒤 우리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버지니아공대에 워낙 한국 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어, 사건 직후부터 한국계일 지 모른다는 추측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사관은 사건 직후 영사 1명을 현지에 급파해 사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총격사건을 접한 뒤 500여명에 이르는 버지니아공대 한국학생회는 당초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자,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에 유학중인 한국 학생들은 사건 직후인 16일 범인이 한국인일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다 중국인으로 전해진 뒤 한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날이 밝아 17일 범인이 한국계로 밝혀지자 큰 충격에 휩싸였다.

유학생들은 “범인이 상하이에서 온 중국계라는 등 범인에 대한 보도가 구체적으로 나와 범인이 한국인일 것이라는 상상을 못했다”며 이번 사건이 한인사회에 미칠 파장에 큰 혼란을 보였다. 학생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출신 학생들을 모두 범죄인으로 간주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유학생은 “편견으로 당분간 한국 학생들이 큰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버지니아공대 한국학생회 인터넷 사이트는 이날 네티즌들이 한꺼번에 몰려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

미국 전체 교민사회도 경악하고 있다.

버지니아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유학 중인 제이 김(37)씨는 “수업에 들어갔는데 모두들 총격 사건에 대해 얘기를 하며 ‘왜 총을 갖고 다니는 것을 허가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많았다”며 “아시아계라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마음에 걸렸다”라고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살고 있는 김미경(46)씨는 “한국 사람이 총을 소유하는 일은 드문데 어떻게 갖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돈만 많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사건 때문에 피해를 입을까봐 불안해 한국인들끼리 계속 전화를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유학중인 강이종행(32)씨는 “앞으로 멕시칸을 보는 것 이상으로 색안경을 끼고 볼까 봐 두렵다”며 “어렸을 적 미국으로 왔다면 소수자로 크면서 억눌린 것들도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기 사건에 대한 동포들의 불안감 또한 커지고 있다. 미주 한인방송 <라디오코리아>는 16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지역 한인 대학생들이 버지니아공대 참극 소식을 듣고 ‘여기서도 같은 사건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인사회는 버지니아가 미국에서 치안이 양호한 지역이고 비교적 안전한 대학 기숙사와 강의실에서 한국계가 범행을 일으킨 사실에 더욱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블랙스버그/류재훈 특파원, 권혁철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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