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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인들이 쇠고기 안심하고 먹는다는 주장은 거짓”

등록 2008-05-24 11:22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 저자 윌리엄 레이몽 서면인터뷰
“교차위험 낮다 주장하는 건 사료·축산업자·정부관리뿐
풀로만 키운 쇠고기 찾는 경향 늘어…성장호르몬도 문제
우리는 미국의 일부 상품에 ‘안돼’라고 말하는 법 배워야”

미국에서도 자국산 쇠고기의 안전도를 의심해 풀로만 키운 소의 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인간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의 심각성이 증세가 유사한 알츠하이머에 가려져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시사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식품 전문가인 윌리엄 레이몽이 밝혔다.

레이몽은 코카콜라의 신화 속에 은폐된 진실을 추적한 <코카콜라게이트>로 명성을 얻은 프랑스인으로, 미국 식품의 안전성 문제를 다룬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랜덤하우스 펴냄)을 최근 국내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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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3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해 “미국에서는 돼지나 닭 사료와 소 사료 작업이 같은 공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뒤섞일 수 있다”며 이런 교차오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에게 소를 먹이는 사료 정책을 폐지했다고 해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최근 광우병 논란은 미국산 쇠고기를 국제수역사무국(OIE) 등이 정한 뇌·머리뼈·척주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고 먹으면 위험성이 없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미국산 쇠고기는 과연 안전한가?

“먼저 이 점을 말해 두자. 위험요소 제로는 있을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선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 우선, 미국 농무부와 쇠고기 생산업자들이 규제와 새로운 발견에 관한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산 소의 뼈와 고기로 만든 사료를 다른 가축들, 예컨대 돼지나 닭 같은 동물들 사료에 섞어 먹이는 게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서로 다른 사료 작업들이 같은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돼지나 닭 사료가 소 사료와 뒤섞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금지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돼지나 닭의 사료가 소 사료와 섞여 일어나는) 교차오염의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쪽은 사료 생산업자들과 공장식 축산업자들, 그리고 미국 정부 관리들뿐이다. 우리는 미국 사료공장의 약 5%가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미국 상황을 좀더 잘 이해하려면 광우병 대책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2002년 보고서를 꼭 읽어 봐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내용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이 보고서는 “공공보건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이용하는 식품과 다른 제품들에 언제 중추신경 조직이 포함될 수 있는지 항상 알 순 없는 노릇이다. … 쇠고기와 쇠고기 추출물, 쇠고기 조미료와 같은 많은 식품들은 흔히 (척추를 포함한) 소 사체의 뼈 잔류물들을 삶아서 만들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핫도그와 햄버거, 피자 토핑(위에 얹는 크림이나 치즈)은 소 척수에 오염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티본 스테이크에 관해서인데, 티본 스테이크는 동물 척추가 붙어 있고 거기에 실제로 척수 부분이 포함될 수 있다.”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 소속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학생들 옆에는 풍선을 넣어 만든 ‘광우병 미국소’ 모형이 쌓여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 소속 학생들이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학생들 옆에는 풍선을 넣어 만든 ‘광우병 미국소’ 모형이 쌓여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 정부는 미국인들도 안심하고 먹는 미국산 쇠고기를 의심하는 것은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린 반대세력의 선동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인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런 의심 없이 먹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풀로만 키운 쇠고기를 먹는 경향이 추세화하고 있다. 2주일 전 <뉴스위크>가 그에 관한 몇 가지 뉴스를 전했다. 설사 미국 소비자 다수가 자신들이 먹는 쇠고기의 안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일 의심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소 사육자들은 왜 동물사료에 집착하나?

“한마디로 돈 때문이다. 내 책(<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에 동물사료를 섞은 혼합곡물사료가 얼마나 비용을 절약하고 더 큰 소를 만들어 주는지에 대해 말하는 농부 얘기를 썼다. 이윤, 이윤, 이윤.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거의 돈 때문에 발생한다.”

-광우병 대책과 관련해 유럽연합의 조처는 광우병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인가?

“다시 한번 얘기하는데, 위험요소 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이든 미국이든. 지금 유럽 상황은 광우병 소동으로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뒤에야 좋아졌다. 오직 강력한 대책만이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거부한 유럽연합(EU)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세계무역기구는 미국 편을 들었다.

“미국 쇠고기가 광우병 문제만 안고 있는 건 아니다. 성장호르몬도 문제다. 에스트라디올(난소호르몬의 일종),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일종), 트렌볼론 아세테이트, 그리고 제라놀과 같은 호르몬제도 문제다. 이들 중 일부는 사춘기를 앞당기고 호르몬 난조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일부는 장기적으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 노인들이 흔히 걸리는 알츠하이머 증세도 광우병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들이 있다.

“2006년 이후 몇 가지 의학연구 결과 그런 연관성을 주장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들은 그것을 ‘BSE 암모니아 마그네슘설’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 이 이론은 광우병 발병 원인이 장기간의 단백질 다량 흡입 및 마그네슘 결핍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것은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과도 매우 유사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 수가 왜 적은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또다른 유력한 이론이 있다는 거다. 그것은 두 병의 증상이 거의 같기 때문에 인간광우병 환자 수가 지금 만연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 수에 가려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항생제와 살균·살충·제초용 농약, 포장용 가스, 유전자 조작 작물(GMO), 방사선 살균, 액상과당 등도 심각하다. 도대체 안전한 먹을거리는 없다는 얘긴가?

“정말 큰 문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싸워서 우리의 음식을 되찾아야 한다. 될 수 있는 한 가공식품을 피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요리를 해야 한다. 자연식품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깨달아야 하며, ‘적게 천천히’(small and slow)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비만 문제나 광우병 문제는 결국 최근 30여년간 미국 주도하에 진행돼온 민영화와 규제 철폐, 시장을 우선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핵심이 아닌가?

“명백히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나는 자유시장을 신봉하지만, 좋은 것만 취하고 위험한 것은 피해야 한다. 미국은 엄청난 상품들을 제공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들 중 일부 제품들에 대해서는 “안 돼”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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