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이집트 군부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에 대해 매우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성명에서 “미국은 무르시 정권을 전복시키고 헌정을 중단시킨 이집트 군부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민간 정부에 전권을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그리고 포괄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신속하고 책임 있게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태를 쿠데타라고 부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집트에 대한 한해 15억달러 규모의 원조 제공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법령은 선출직 지도자가 쿠데타로 추방된 나라에는 원조를 중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이집트의 복잡한 정국 변화 속에서 미국의 대이집트 정책은 계속 바뀌었다. 불과 2주 전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인 앤 패터슨은 한 강연에서 “현 (무르시) 정부가 선출된 정부라는 성격이 심각하게 의심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리 행동이 선거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 것이라는 데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패터슨 대사는 시위대의 ‘적’이 되었다.
그러나 3일 상황을 보면 미국은 무르시 정권을 보호하기보다는 쿠데타를 묵인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집트 군부의 무르시 대통령 축출 발표가 나오기 불과 1시간40분 전에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무르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군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비판을 하지 않았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무르시 대통령은 국민이 시위를 통해 드러낸 요구에 대해 더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그러나 어제 연설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 군부의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묻는 질문에는 “우리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모든 당사자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폭력 수위를 낮추거나 끝낼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답변했다. 이어 ‘대통령에 대한 군부의 최후통첩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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