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16일(현지시각) 뉴욕의 유세 행사에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자신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공식 소개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18일 클리블랜드 전당대회를 몇일 앞두고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부통령이란 지위는 미국 정치에서 중요하다. 대통령 궐위 시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상원의장으로 표결에서 동수를 이룰 때 ‘캐스팅 보트’를 쥔다. 아울러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넘버 투’라고 할 수 있다.
부통령 선출 제도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겪어 왔지만 현재의 런닝메이트 제도가 생겨난 것은 18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북전쟁으로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기 위해 애브라함 링컨 공화당 대선 후보는 임시로 국가연합당(National Union Party)을 창당하고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민주당의 앤드류 존슨과 연합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링컨 암살로 민주당 소속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역설이 발생하자, 지금처럼 대통령과 부통령이 같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도록 한 개혁이 이뤄졌다. 이후 대선 후보가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관행이 더해졌다.
선출권한이 전적으로 대선 후보에 달려있으므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부통령 후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지역과 이념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인들이고, 최근 들어선 통치경험이 더해지는 추세다. 특히 대선 후보가 아웃사이더일 경우 인사이더로서의 경험을 갖춘 부통령 후보가 안성맞춤이다.
1960년과 1964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선거공학적 고려가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1960년 동북부 매사추세츠주의 가톨릭 신자였던 대선 후보 존 케네디는 부통령 후보로 남부의 텍사스 주 상원의원이자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린든 존슨을 지명했다. 지역과 종교의 절묘한 균형 잡기였다. 그리고, 1964년 대선 후보로 선출된 린든 존슨은 거꾸로 북부인이 필요했다. 시민권운동의 경험이 있으면 금상첨화였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 허버트 험프리는 이런 지역과 이념에 걸맞는 인물이었다.
신중을 기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도 있다. 1968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리처드 닉슨은 무명의 메릴랜드 주지사 스피로 애그뉴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공화당 내 파벌간 알력을 잠재우기 위한 카드였다. 그러나 애그뉴는 건설업자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받은 사실이 들통나 1973년 10월 부통령직을 사임해야 했다. 불과 10개월 뒤 닉슨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났다. 당시 애그뉴 후임으로 부통령으로 임명됐던 제럴드 포드가 대통령직을 승계하면서, 20세기 이후 선거를 통하지 않고 대통령직을 수행한 최초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올해 대선에서도 부통령 후보 지명을 둘러싼 정치환경 지형은 여전히 지역과 이념, 종교가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은 종래의 남과 북의 대립에 이어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경합주(스윙 스테이트)까지 고려해야 한다.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 간의 균형이라는 새로운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트럼프는 경선과정 내내 극단적 정책들을 임기응변적으로 제시했다가 번복하길 반복해, 공화당 주류들과 보수적 이데올로그들로부터 의심을 받아왔다. 따라서 트럼프로서는 안정적인 주류 보수주의자가 필요했다. 마이크 펜스는 이러한 정치적 요구에 부응하는 선택으로 보인다. 펜스는 6선의 하원의원 경험에다 사회·경제 영역에서 진지한 보수주의자로서의 경륜, 그리고 강한 기독교적 신념을 갖춘 전형적인 워싱턴 인사이더로, 주류와 보수주의 이데올로그들에게 좋은 타협안이 됐기 때문이다. 인디애나를 전진기지 삼아, 격전지가 밀집된 중서부에서 활력을 도모한다는 노림수도 있어 보인다. 전당대회에서 한판 뒤집기를 모색했던 공화당 주류 일각의 ‘반 트럼프 운동’도 저지할 수 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1주일 늦게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돼 있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진영은 아직까지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버니 샌더스와의 경선과정에서 발생한 당내 연령과 이념의 갈등구조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오하이오 등의 격전지뿐 아니라 반세기 동안 민주당 열세 지역인 남부에서의 득표력도 고려해야 한다. 세대와 진보주의 운동, 지역이라는 3가지 요인을 충족하는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몇 사람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쉐로드 브라운은 격전지 전략에,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으로 중도적 성향의 팀 케인은 남부 전략에 최적합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월가 개혁’에 적극적인 메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렌은 샌더스의 진보주의를 이어받음과 동시에 같은 여성 후보자라는 ‘더블다운’(중복집중) 효과를 추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47살의 뉴저지 흑인 상원의원 코리 부커는 세대효과와 더불어 오바마 연합을 계승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클린턴의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