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중앙정보국장)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로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남북의 종전 논의를 축복한다’고 말한 데 이어 청와대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유사한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정전협정 65년 만에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로 가는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아침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가 지난주 북한에서 김정은을 만났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구체적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핵화는 세계뿐 아니라 북한에도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을 방북 시점으로 보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라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전날 폼페이오 지명자의 방북 사실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밀사를 보냈다”, “특별한 만남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직접 회담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백악관이나 국무부 관리들은 배제하고 정보기관 관리들만 동행했다고 전했다. 미국 행정부 현직 고위 인사가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난 것은 2000년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이후 18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측근의 방북 사실을 확인한 것을 보면, 폼페이오 국장은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족할 만한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은 5월 말~6월 초로 잡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및 양국 관계 정상화와 관련한 성과에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지명자의 방북 보도가 나오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머리발언에서 “아주 고위급, 엄청난 고위급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해왔다”고 말했다. 또 “그들(남북)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며 “사람들은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꼭 종전이라는 표현이 사용될지는 모르겠으나 남북 간에 적대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합의를 (남북 정상회담에서) 포함시키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은 이미 1992년 불가침 합의를 한 적이 있다. 과거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얘기한 내용까지 선언에 담을 수 있는 방안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3월 초 남쪽 특사단에게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쪽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5곳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중에 미국 내 장소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고개를 가로저으며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 정상) 회담은 아마도 6월 초, 얘기가 잘되면 그보다 좀 일찍 열릴 수도 있다”며 “일이 잘 안 되면 회담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회담 불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장소나 의제 문제 등과 관련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양쪽이 진지하게 준비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까지는 잘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보협 전정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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