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리는 이길 준비를 하고 있었고 솔직히 이 선거를 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이튿날인 4일 새벽 2시20분께(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사실상 승리 선언을 했다. 이스트룸에서 준비한 회견에서 그는 이번 선거를 “미국 대중에 대한 사기”라고 규정하고 “우리는 미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투표(맥락상 개표)가 중단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는 민주당뿐 아니라 측근들의 비판을 불렀다.
팡파르를 울리며 파란 넥타이를 매고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무르익지 않은 승리 선언을 하리라는 점은 관측됐다. 만면에 미소를 띤 그는 “미국인들의 엄청난 지지에 감사한다”고 운을 뗐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를 비롯해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큰 표차로 이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개표가 한창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까지 승리한 것으로 선언했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쪽이 격차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그들(민주당)은 자신들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법정으로 가자고 했다”고 말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그는 “우리는 법이 제대로 된 방식으로 사용되길 바란다”며 급기야 개표를 중단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 새벽 4시에 투표용지를 발견해 리스트에 포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문제 삼을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0시50분께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리가 크게 이기고 있지만 그들이 선거를 훔치려고 하고 있다”고 써 눈길을 끌었다. 새벽 회견 결과 “투표가 종료된 뒤 표를 던질 수는 없다!”라고 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가 법정 분쟁을 예고하는 맥락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선거가 초접전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에 손을 벌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에이비시>(ABC) 방송에서 “대통령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략적 오판이고 나쁜 정치적 판단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릭 샌토럼 전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매우 괴롭다”고 말했다고 <더 힐>이 전했다. 애덤 킨징어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위트를 두고 “그만 좀 멈춰라. 계속 개표될 것이고 당신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그리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연단에 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승리를 선언한 대통령과 달리 선거가 “승리로 향하는 길”에 있다고 묘사한 점에 주목했다.
선거 당일인 3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뉴스>와 전화를 연결해 “우리는 느낌이 매우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새벽까지 이어진 유세로 목소리가 잠긴 것으로 추정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선거 결과에 따라 조기에 승리를 선언할 것인지 묻는 말에는 “오직 승리할 때에만”이라며 “장난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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