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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협상 최대걸림돌은 납치세력 ‘동상이몽’

등록 2007-07-27 17:02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 중 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된 샘물교회 신도 가족들이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에 마련된 피랍가족 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피랍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 중 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된 샘물교회 신도 가족들이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에 마련된 피랍가족 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피랍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강경파는 ‘수감자’, 온건파는 ‘돈’
탈레반 내부 이견이 협상 최대 걸림돌
한국인들을 납치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의 내부 이견이 석방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당초 강온파 등으로 나뉜 탈레반 납치세력들과 개별 협상에 의한 부분적 석방 등으로 단계적 해결을 모색했다. 그러나 이 전략이 강경파의 반발로 예정됐던 8명 석방이 취소되고 1명이 살해되자, 다양한 이견을 가진 납치세력을 상대로 한 포괄타결로 전략을 선회했다. 협상은 진척을 보이는 듯하다가도 막히면서 일시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져, 납치 세력의 동상이몽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납치사건이 일어난 가즈니주 카라바그의 카와자 모하마드 시디키 경찰서장은 “누구는 ‘한국인들을 내 친척과 교환하자’고 하고, 다른 사람은 ‘여성들은 풀어주자’고 얘기하고, 또다른 누구는 돈을 요구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가 털어놓은 고충과 비슷하다. 그는 “그들 내부에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 대표인 와히둘라 무자디디도 26일 탈레반의 태도가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지난 21일 탈레반 수감자 23명의 석방을 요구한 이래, 대상을 놓고 종잡기 어려운 양상이 이어졌다. 23일에는 ‘탈레반 관계자 아부 만소르’가 가즈니주 탈레반 최고사령관 석방을 요구하고, 다음날에는 납치에 직접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사령관 압둘라’가 8 대 8 맞교환 합의를 공개했다. 가즈니주 출신 의원은 탈레반이 주 내에 있는 모든 수감자 석방을 요구했다고도 말했다. 아마디는 애초 “우리가 요구하는 수감자 일부는 미군, 캐나다군, 영국군 수용소에 수감돼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가, 27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서면인터뷰에서는 석방 대상이 모두 아프간 중앙교도소 수감자들이라고 밝혔다.

요구사항 변화는 아프간 정부와 줄다리기의 결과일 수 있지만, 탈레반 내부의 이해충돌을 짐작케 한다. 특히 지난 25일 배형규 목사 살해와 석방하려던 인질 8명의 재억류가 동시에 발생한 일은 구조적 분열상의 노출로도 이해된다.

중앙조직의 강경파를 대변하며 위협적 발언을 쏟아내는 아마디는 26일 배 목사 살해는 “아프간 정부가 동료들을 석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간 정부 쪽에서는 배 목사 피살 시점에 온건파가 풀어주려던 한국인 8명의 석방 조건은 돈이었다고 설명했다. 온건파는 돈, 강경파는 수감자 석방에 더 집착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권 탈환이 목표인 중앙조직은 정치적 성과에 집중하는 반면, 원심력을 띈 지방조직은 당장의 실익을 추구하려는 상황인 것으로 이해된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방침을 둘러싼 차이로 탈레반 조직원들 사이의 관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혼란도 발생하고 있다”고 아프간 협상 담당자가 말했다며, 아프간 정부는 이를 협상에 이용할 방침임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배 목사 살해와 피랍자 8명 석방 실패는 결정적 국면에 강경파가 국면을 주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 정부로서는 22명 모두의 생환을 위해 강·온 양쪽을 상황에 맞게 구슬리면서 둘의 대립이 불상사로 번지는 것도 막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은 셈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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