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식당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미-중 화상 정상회담 장면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 쪽에 국제 유가 안정화를 위해 전략 비축분 원유 공동 방출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 양국 간 실질적인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17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화상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공동으로 원유 전략 비축 물량을 방출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4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 외교부장 간 전화통화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 말을 따 “에너지 공급 문제는 미-중 양쪽 모두에게 긴급한 현안”이라며 “현재 양국 에너지 부문 당국이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은 미국 쪽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내부 수요 등을 고려해야 하는 터라 구체적 수치는 제시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약 7억2700만배럴(90일분)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전략 비축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약 2억 배럴(40~50일분) 규모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이 공동으로 전략 비축 물량을 방출한다면, 국제시장의 원유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국의 반응과 관계없이 미국 쪽은 내부 필요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중에 내년 초부터 원유 전략 비축 물량을 단계적으로 방출할 것이란 방침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 위축과 경기 부양을 통화 공급 확대 등으로 미국의 물가인상률이 지난 6개월 연속 물가인상률이 5% 이상을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 쪽의 증산 요구를 거부하면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류(WTI)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7.5%까지 올랐다. 미 정치권 내부에서도 “유가 상승 압박을 즉각 해소해야 하며, 전략 비축분 원유 방출이 최선”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중국 국가양식·물자비축국은 지난 9월 “원자재 값 상승 압박을 줄이기 위해 민간에 경매 방식으로 비축 원유 물량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방출 물량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은 바 있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따 “미-중이 공동 대응에 나선다면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증산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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