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1위로 들어온 뒤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황대헌(23)을 둘러싼 중국 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관영 매체는 “중국 누리꾼들의 존중심을 이끌어냈다”고 전했지만, 상당수 누리꾼들은 1000m 준결승전에서 불거진 ‘편파 판정’ 의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0일 “지난 7일 경기에서 실격 처리된 이후 논란이 불거진 것과 달리 황대헌의 1500m 우승은 중국 누리꾼들의 존중심을 이끌어냈다”며 “논란의 여지 없이 진정한 실력을 보여줬으며, 올림픽 경기는 이렇게 치러져야 한다고 누리꾼들은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따 “한국 대표팀은 경기 후반부에 상대팀 선수를 추월하는 대신 초반부터 앞서 나가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경기에서 최선의 전략이었다”고 전했다.
또 신문은 지난 7일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불거진 ‘편파 판정’ 논란을 언급한 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규정이 도입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팀처럼 공세적인 경기방식을 채택하는 선수들은 실격 처리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기 보다, 새로운 규정에 적응해 더욱 세심하게 경기에 임하는 게 더욱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관영 매체의 이같은 보도는 ‘편파 판정’ 논란이 더 이상 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중국 당국의 뜻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판정 논란과 관련해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반중 감정까지 부추기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던 주한 중국 대사관 쪽도 이날 황대헌의 금메달 수상을 축하하는 성명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중국 누리꾼들은 판정 의혹이 불거진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앞서 전날 황대헌의 금메달 소식이 전해진 직후만 해도 일부 매체들은 “완벽한 실력을 보여줬다”는 등의 누리꾼 반응을 소개했다. 하지만 황대헌이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1000m 경기도 깔끔한 경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더 깔끔한 경기를 준비했다. 깔끔한 경기 중에 가장 깔끔하게 경기를 하는 것을 전략으로 세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기면 깔끔한 경기고, 실격되면 깔끔하지 않은 경기냐”, “칭찬하려 했는데 화가 난다”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일부 누리꾼은 과거 황대헌이 경기 도중 다른 선수와 충돌하는 장면만 모은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선 ‘황대헌이 이번 경기는 깔끔했다고 말했다’는 해시태그(#)가 이날 오전에만 조회수 1억회를 넘겼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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