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타스 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침공 이틀 만인 25일 오후(현지시각) 기자회견에 나서 이번 군사행동의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de-Nizify)하는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날 전쟁을 선언하며 들이댄 ‘궤변’을 다시 되풀이한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독립되고 자신들의 운명을 자유롭게 정하는 가능성을 갖기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이번 특별군사작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하고, 그럼으로서 (우크라이나인들을) 억압에서 자유롭게해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선 24일 전쟁을 선언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친서방 정책을 취하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정권을 “극우 민족주의자이자 네오 나치”라고 부르며,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를 비군사화하고 탈나치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러시아가 공격을 멈추고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내려 놓는다면 키예프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젤렌스키 정권의 항복을 요구한 셈이다.
그는 또 이번 침공의 목적이 젤렌스키 정권을 ‘참수’(교체)하기 위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이나 막사에 머물고 있는 군인에 대해선 공격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돌렸다. 이를 돌려 해석하면, 러시아에 결사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젤렌스키 정권은 러시아가 제거해야 하는 공격 대상이라는 의미가 된다. 라브로프 장관이 이처럼 초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