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재앙 가까스로 피했다” 비판 쇄도…러, “우크라 탓” 적반하장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각국 성토
“무모하고 위험…제네바 협정 위반”
러, 항구도시 마리우폴 포위해 단전·단수
나토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거부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대사가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화재 사건과 관련해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교전 영향으로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이 러시아를 강력히 비판했다. 러시아군은 흑해 주요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공격을 계속해, 도시에는 식수와 전력 공급이 끊긴 상태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화재 발생과 관련해 열린 긴급회의에서 “신의 은총으로 간밤에 세계는 핵 재앙을 가까스로 피했다”고 말했다. 그린필드 대사는 “어젯밤 러시아의 공격은 유럽 최대 원전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하고 위험한 행위”라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청(한국의 재난안전관리본부)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던 중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 원전 부지 내 ‘훈련용 시설’에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며칠전 러시아로부터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이동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이번 원전 화재에 대해 누가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화재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위험천만한 행동 때문이었다는 비판이 안보리 회의에서는 비등했다. 바버라 우드 주유엔 영국대사는 “한 국가가 가동 중인 원전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제법과, ‘댐·제방 및 원자력 발전소는 공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주요7개국(G7) 외무장관은 별도로 이날 “우리는 러시아가 특히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 부근에서의 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어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무력 공격 및 위협도 국제법 원칙 위반”이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는 이날 유엔에서 원전 화재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 그룹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끼슬리쨔 대사는 러시아를 향해 “거짓을 퍼뜨리는 일을 그만 멈추라”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이 포위 공격을 하고 있는 흑해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주거 지역이 러시아군 공격 뒤 불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침공 9일째인 4일 흑해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대한 포위 공격을 계속해, 마리우폴에는 식수와 전력 공급이 끊겼다. 마리우폴시 부시장은 <비비시>(BBC) 방송과의 통화에서 40시간에 걸친 포격으로 “비참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또다른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은 점령했으며 남부로 침입한 러시아군은 북진 중이다.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북부 체르니히우에서도 3일 47명이 사망했다고 지역 당국자가 밝혔으나 러시아는 폭격을 부인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 구역 설정을 거부한 것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늘 이후로 숨진 모든 사람들은 당신들 때문에 당신들의 약함 때문에 그리고 당신들의 단결의 부족 때문이다”고 말했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가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 핵무장 국가인 러시아와 나토의 군사적 충돌을 부를 우려가 있다고 본다.

조기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