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EU, 러시아 석유와 이별할 수 있을까?

등록 2022-05-06 20:19수정 2022-05-07 01:19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지난 3월 독일 그린피스 소속 활동가들이 '석유 아닌 평화'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3월 독일 그린피스 소속 활동가들이 '석유 아닌 평화'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끊을 수 있을까.

유럽연합(EU)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원유는 여섯달 안에, 정유는 올해 안에 금수하겠다는 내용이다. 유럽연합은 조만간 27개 회원국의 승인을 얻는 절차를 거친 뒤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 3월 일찌감치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금지 방안을 내놓았다. 미국에서 러시아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해 상징적 효과에 그쳤다.

하지만 유럽은 러시아 원유 수출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 유럽의 금수 조처는 실제 러시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유럽의 금수 계획이 단계적인 것이어서, 그동안 러시아도 대체 시장을 개척하는 등 충격을 완화할 시간은 벌 수 있다. 실제 러시아는 최근 인도 수출에 적극 나서 인도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1%에서 17%로 크게 늘렸다. 또 지속적으로 러시아에서 원유의 수입을 늘려온 중국에도 더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들이 유럽을 얼마나 대체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석유의 손절은 지난해 원유를 4분의 1 남짓 러시아에 의존해온 유럽에도 만만찮은 도전 과제다. 국제 유가는 유럽의 러시아 원유 금수 계획이 알려진 4일(현지시각) 5% 넘게 급등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가 폭등은 그렇지 않아도 고인플레이션 경고음이 요란한 유럽 경제에 큰 부담이다.

특히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점은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시행할 수 있는 유럽연합의 발걸음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실제 러시아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몇몇 나라는 자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럼에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시급성에 이의를 제기하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들 몇 나라에는 예외적으로 유예 기간을 더 늘려주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체 석유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느냐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이다. 두 나라는 하루 최대 250만배럴을 증산할 여력이 있다. 또 이란이 최대 130만배럴, 베네수엘라가 50만~60만배럴 남짓 증산할 수 있으며, 미국도 셰일오일 생산량을 최대 하루 100만배럴까지 늘릴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증산은 복잡한 정치·경제적 환경과 얽혀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사우디는 미국의 증산 요구에 꿈쩍도 안 하고 있다. 미국이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파견하는 등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핵협상이 관건이다. 그러나 협상 당사자 중 하나인 러시아가 핵협상 서명 조건으로 러시아와 이란 사이의 투자·교역을 제재 예외 대상으로 해줄 것을 요구해 타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도 제재 대상국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와 접촉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국내 여론이 부담이다. 베네수엘라는 당장 증산은 어렵지만, 제재가 풀려 시설 투자가 이뤄지면 몇달 안에 증산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유럽이 러시아 석유와 이별할 수 있느냐는 미국과 유럽의 정치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네이버, 13년 키운 라인 경영권 일본에 뺏기나 1.

네이버, 13년 키운 라인 경영권 일본에 뺏기나

[현장] 미 대학가 텐트 농성…“가자 고통에 비하면 체포가 대수냐” 2.

[현장] 미 대학가 텐트 농성…“가자 고통에 비하면 체포가 대수냐”

이스라엘, ‘피난민 100만명’ 라파흐 지상 공격 임박 3.

이스라엘, ‘피난민 100만명’ 라파흐 지상 공격 임박

스페인 총리, 부인 부패 혐의로 물러날까…“사퇴 고심” 4.

스페인 총리, 부인 부패 혐의로 물러날까…“사퇴 고심”

테라 권도형, 미국 송환 피하려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에 재항소 5.

테라 권도형, 미국 송환 피하려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에 재항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