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첫 전쟁범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이는 러시아 제4 근위 탱크사단 소속 시시마란(21) 병장이었다. 13일 키이우의 한 법정의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모습.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무장 민간인을 살해한 ‘전쟁범죄’ 혐의로 가장 먼저 법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된 이는 앳된 얼굴을 한 까까머리의 러시아 청년이었다.
<우크라인스카 프리우다> 등 현지 언론들은 13일 키이우 솔로미안스키 지방법원에서 무장하지 않은 62살 민간인 남성을 사살한 혐의로 러시아 제4근위 탱크사단 소속 바딘 시시마린(21) 병장이 이날 열린 예비 공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 등이 이날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머리를 박박 깎은 채 몸통은 회색, 팔과 목 부위엔 파란색 후드티를 입은 시시마린이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유리창을 통해 격리된 피고석에 앉아 자신의 이름 등 기본적 신상과 관련된 증언을 했다. 이날 첫 공판은 15분만에 끝났다. 다음 공판은 18일에 예정돼 있다.
시시마린은 개전 직후인 지난 2월28일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의 추파히우카에서 차 안에서 자전거를 탄 남성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신들은 이 혐의가 인정되면, 시시마린은 10~15년에서 최장 종신형을 선고 받게 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을 실은 호송부대가 공격을 받은 뒤 현장을 빠져 나가기 위해 마을 외곽에서 차를 훔쳤다. 이 과정에서 62살 현지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지나자 무리 중에 한 명이 시시마린에게 “신고하지 못하게 그를 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는 이 남성은 시시마린이 AK-74 소총으로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자신의 집에서 불과 수십m 떨어진 지점이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시시마린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고, 수사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4월 초 ‘부차 학살’이 공개된 뒤 유럽연합(EU), 영국과 협력해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날 첫 공판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시뉴크 검사는 “이것은 첫 사건이다. 곧 이어 수많은 사건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