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문을 닫은 맥도날드 점포 앞을 남성 한 명이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가 러시아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32년 전 맥도날드의 모스크바 진출은 소련의 개방과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맥도날드는 러시아를 떠난다.
맥도날드는 16일 성명을 내어 “러시아에서 영업한 지 30년 이상이 흐른 뒤, 맥도날드는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맥도날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도적 위기와 예측불가능한 사업 환경은 러시아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체를 소유하는 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러시아 내 사업장을 러시아 기업에 매각할 것이라며, 맥도날드 상표와 로고는 인수 기업이 사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990년 1월 31일 모스크바 시내 푸시킨 광장에 문을 연 소련 내 첫 맥도날드 점포 앞에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맥도날드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소련의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던 때인 1990년 모스크바 시내 푸시킨 광장에 소련 내 첫 점포를 냈다. 냉전 시대에 맥도날드가 소련의 심장부에 점포를 낸 것은 소련 개방의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었고, 시민들은 서방의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소련이 해체된 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정착한 러시아에서 맥도날드도 확장했고, 현재 러시아 내 종업원은 6만2천여명에 달한다.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지난 3월 스타벅스 등 다른 외국 기업처럼 러시아 내 영업을 중단 중인 상태였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 말을 인용해 “6월 중순 (매각된) 맥도날드 점포들이 다시 문을 열 것”이라며 “(종업원) 고용은 계속되고 메뉴도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서방 기업은 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는 러시아 자회사의 지분을 모두 러시아 정부와 모스크바시에 매각했다고 <타스> 통신이 16일 전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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