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져 방치된 자동차가 18일(현지시각)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도시 쿠피안스크(Kupiansk)의 거리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잇따른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이 부숴져 주민 수십만명이 정전과 식수 부족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지난주 우크라이나 발전소의 3분의 1이 파괴되어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를 일으켰다”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과 협상할 여지는 남아 있지 않다”고 항전 의지를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며칠 사이 미사일과 드론으로 우크라이나의 군사 시설과 민간 인프라 시설에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전기와 식수가 공급되지 않아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140㎞ 떨어진 인구 25만명의 도시 지토미르에선 도시 전체에 전기가 나가 주민들이 전기는 물론 식수도 공급받지 못했다. 긴급 복구가 일부 이뤄졌지만, 주민 15만명이 여전히 정전의 고통 속에 있다고 지역 관리들이 밝혔다. 시내 병원들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 이후 예비 전력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33살의 컴퓨터 수리공은 “일하러 가는 길에 보니까 전기 없이도 운영할 수 있는 작은 가게들만 문을 열고 있었다”며 앞으로 건조식품과 두꺼운 옷 등으로 어둡고 추운 겨울을 이겨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 키이우에선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에 발전소 두 곳이 부서졌고 두 명이 숨졌다. 정전 사태도 잇따라 주민 5만여명이 몇 시간 동안 전기 공급을 받지 못했다. 또 남중부 도시 드니프로와 북동부 도시 수미에서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동부에 자리란 제2 도시 하르키우는 로켓포 8발의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군은 지난 8일 새벽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 대표에서 테러로 보이는 폭파 사고가 난 뒤 키이우 등 민간 인프라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 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엔 이란산 카미가제 드론까지 동원해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서방의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러시아가 장거리 비행체의 폭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파괴해 우크라이나 주민의 전쟁 의지를 꺾으려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란산 드론이 (러시아군의 전략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고 있기 때문에 드론을 이용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군사적 패배를 테러로 보상하려 하고 있다. 왜 이런 테러를 하느냐면, 그건 우리를, 더 나아가 유럽과 전세계를 압박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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