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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신냉전·핵위협·인플레…전세계 덮친 ‘푸틴발 쇼크’

등록 2022-11-23 20:18수정 2022-11-23 20:42

국제질서 흔든 우크라 전쟁 10개월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러시아 정교회 수도원 수색에 나선 우크라이나 보안국 요원들이 방문객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러시아 정교회 수도원 수색에 나선 우크라이나 보안국 요원들이 방문객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24일로 열달째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수습 전망이 보이지 않는 이 전쟁으로 인해 탈냉전 이후 30여년 동안 유지돼 온 국제질서는 큰 변화를 겪었다.

이 전쟁이 불러온 가장 큰 충격은 서구와 중국·러시아가 치열하게 대립했던 옛 ‘진영질서’의 부활이다. 러시아의 침공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로 ‘2개의 전선’에서 중·러와 맞서게 된 미국과 유럽의 초조감은 극에 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6월 ‘전략개념’에서 러시아를 ‘중대 위협’, 중국을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 규정했고, 미국도 10월 ‘국가안보전략’(NSS)에서 같은 인식을 내비쳤다. 러시아의 침공에 경악한 스웨덴·핀란드는 나토에 가입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고, 전후 70여년간 평화주의를 유지해온 독일 역시 본격적인 군비 강화의 길에 나섰다.

중국은 ‘전쟁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러 경제 제재엔 참여하지 않고, 여러 유엔 결의에도 ‘기권’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고립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에 맞서는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이 ‘거대한 분열’로 인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단합해야 할 유엔 안보리는 기능을 멈췄고, 시급한 여러 문제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도 무력화됐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 큰 변화는 ‘핵 위협의 일상화’였다.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에 놀란 러시아는 개전 초부터 ‘핵 위협’을 일삼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예비군 30만명에 대한 동원령을 내리며 “영토적 통합성이 위협받을 때 우린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핵 공포를 결정적으로 끌어올렸다. 핵 위협의 문턱이 낮아지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북한이었다. 북한은 9월 초 ‘핵 선제사용’이 가능하도록 법을 만들고, 한·미를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일상화되자 한국에선 ‘자체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일본은 연내에 북한의 미사일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는 결단을 내릴 예정이다.

또 다른 영향은 ‘상호의존의 무기화’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유럽연합(EU)은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의 41.1%를 러시아에서 사들였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서구가 경제 제재를 쏟아내자,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크게 줄이며 에너지를 무기처럼 활용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석탄 발전을 일시 연장하고 원자력 발전으로 회귀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미국과 유럽에 40여년 만의 인플레이션이 도래했다. 이에 대응하려 미국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자 달러 가치가 치솟았다. 그로 인해 일본 엔화 가치가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는 등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졌다.

냉전 이후 세계질서에 복잡한 충격을 남긴 이 전쟁이 어떻게 수습될지 예측하긴 극히 어렵다. 미 군부는 이달 들어 ‘대화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지만, 영토의 6분의 1을 잃은 우크라이나는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결국 단기 전황은 미국이 어떤 무기를 얼마나 지원할지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대화가 재개되려면, 더 이상 피를 흘리는 게 무의미하다고 양국 모두 공감할 만한 군사적 교착 상황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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