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전면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이우 성 소피아 광장에서 군인, 민간인에 국가 훈장, 명예 칭호를 수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연합뉴스
러시아의 전면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현지시각) 1년을 맞은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이 군사 원조 약속을 지키는 한 우크라이나는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도 키이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만약 협력국이 모든 약속과 (군사 원조) 기한을 지킨다면, 승리는 필연적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재정적 지원을 제 시간에, 또한 계속하는 조건에서 우크라이나는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일일이 종이에 받아 적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기자회견은 약 2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의 중재자 역할과 관련해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는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우리의 영토 보전, 안보 문제에 대해서 존중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중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임무는 하나(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해 모두를 단결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전쟁이 1년을 맞는 이 날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 문건에서 △전투 중단 △평화회담 시작 △핵무기 사용 반대 △일방적 제재 중단 △전후 재건 촉진 등을 제안했다. 이러한 중국의 제안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부 요소를 ‘환영’한다면서도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나라, 곧 우크라이나가 평화 계획의 개시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하지 말 것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을 만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 우리는 수년 동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라틴 아메리카 국가와 우크라이나 간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날 기자회견은 ‘1분 동안 침묵’으로 시작했다. 전쟁 1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기자회견은 전쟁 1년 하루 전인 23일 오전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없이 대통령실 누리집에 공지됐다. 대통령실이 단 몇 시간 동안만 언론사들의 취재 신청을 받았다. 장소의 협소함과 보안 등 이유로 대통령실은 자체 심사를 거쳐 참석 취재진 수도 제한했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서 온 수백명의 기자들이 기자회견에 몰렸다.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기자회견장에 들어가기 전 여러 차례 검색과 신원확인 절차를 거쳤다. 기자회견장 내부 곳곳에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배치됐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 기자가 질문을 하다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셀카’를 찍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한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자 “함께 ‘셀피’를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연하다”라고 화답했다. 이 기자는 기자회견 도중 단상으로 올라가 휴대전화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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