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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중대 분수령…백악관 “대반격 성공 확신”

등록 2023-06-05 18:07수정 2023-06-06 10:00

우크라 ‘대반격’ 시작했나
우크라이나군의 장갑차량들이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지역 근처에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의 장갑차량들이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지역 근처에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4일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보임에 따라 지난 15개월 동안 이어져온 이번 전쟁이 또 하나의 ‘거대한 분수령’을 맞이하게 됐다. 우크라이나가 이 승부에서 지난해 가을 공세 때처럼 많은 영토를 회복하는 등 군사적 성공을 거두면, 향후 러시아와 평화협상에서 상대적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격이 실패하거나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해 격한 충돌로 확대된다면, 향후 국제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350억달러(약 45조7천억원)가 넘는 막대한 군사 지원을 해온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대공세가 성공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반격 작전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반격 작전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토를 탈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가능한 한 최대의 진전을 이뤄 협상 테이블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을 지원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 발언을 통해 미국이 이번 대반격을 통해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전장에서 완전히 패퇴시키는 ‘최종적 승리’가 아닌, 영토의 상당 부분을 회복해 향후 평화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한정된 승리’임을 알 수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전쟁은 궁극적으로 외교를 통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전쟁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협상) 일정표를 제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마이크 터너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도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반격 작전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은 곧 나설 공격에 관해 준비돼 있고, 훈련돼 있고,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공격이 집중된 지역은 도네츠크주 남부 지역으로 확인된다. 이 지역은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가 2014년 3월 자국에 일방적으로 편입한 크림반도를 육지로 잇는 전략상의 요충지이다. 2014년부터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이 일부 지역을 통제해 왔고, 지난해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뒤 그해 5월까지 이어진 처절한 마리우폴 공방전을 거쳐 거의 전역이 러시아군 통제 아래 들어갔다. 젤렌스키 대통령 등 핵심 당국자들이 여러 차례 밝혔듯 우크라이나가 최종적으로 크림반도까지 탈환하려면 이곳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이번 공격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이 제공한 지상전 무기로 무장한 부대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예측하는 분석 기사에서 이 작전은 독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기지에서 훈련받은 우크라이나군의 제47 독립기계화여단이 선봉에 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여단 병력은 지난 수개월간 훈련을 받으며 브래들리 장갑차 등 나토가 제공한 무기로 무장하고 나토 쪽의 최신 전법을 익혔다고 전했다. 이 여단을 비롯한 공격 부대는 최근 전선 부근의 미공개 지역에 배치됐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도 4일 일본 <엔에이치케이> 단독 인터뷰에서 대규모 반격 공세와 관련해 “안타깝게도 F-16 없이 수행해야 한다. 지상의 모든 장비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나아가 이날 도네츠크주 남부와 인접하지 않은 크림반도와 러시아 벨고로트주에 대한 드론 공격도 이어갔다. 도네츠크주 남부에 전력을 집중하며 러시아군의 병력 집중을 막기 위해 다른 지역에 대한 공격을 병행하는 작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예봉을 꺾었다고 밝혔다. 향후 전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긴 쉽지 않지만, 러시아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8~9월 동부 하르키우주와 남부 헤르손주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허용한 뒤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예비역 30만명을 동원한다는 부분적 동원령을 내린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군사적으로 성공하면 할수록, 확전 가능성이 커지고 인류가 3차 세계대전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고통스러운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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