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시위대가 던진 폭죽이 터지는 걸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며칠 전 프랑스에서 10대 청소년을 쏘아 숨지게 해 전국적 폭동의 불씨를 제공한 경찰의 가족을 위한 성금이 150만달러(19억원) 넘게 모였다. 어떻게 살인 혐의로 수사받는 경찰관을 위해 모금을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10대 청소년 가족을 위한 모금액은 20만달러(2억6천만원)에 그쳤다.
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가해 경찰관의 가족을 위한 온라인 성금 모금은 애초 5만4천달러(7017만원)를 목표로 시작됐으나, 불과 나흘 만에 4만6천명이 돈을 보내줘 목표의 27배가 넘는 150만달러 이상이 모였다.
반면 운전 중에 이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진 피해자인 북아프리카계 10대 청소년 ‘나엘’의 어머니를 돕기 위한 모금에는 3일까지 20만 달러가 조금 넘는 돈이 모였다. 살인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가해 경찰관에게 피해자보다 7배나 더 많은 성금이 몰린 것이다.
이번에 경찰관 가족을 위한 모금을 조직한 이는 쟝 메시아라는 사람이다. 메시아는 지난해 4월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후보 에릭 제무르의 대변인을 했던 인물로, 나엘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경찰관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기금 모금은 프랑스에서 몇몇 의원들과 활동가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정당 ‘르네상스’ 소속인 에릭 보토렐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적절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으며, 극좌 성향의 마틸테 파노 의원은 “2023년 프랑스에서 북아프리카 젊은이를 살해하고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분개했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는 “창피한 일”이라며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해당 페이지를 닫으라고 요구했다.
온라인 혐오·증오와 싸우는 단체 ‘잠자는 거인’은 ‘“금융과 폭력 범죄” 용의자를 법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기금 모금은 허용할 수 없다’는 고펀드미의 규약을 들어 규약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잠자는 거인은 “고펀드미가 이번에 모금된 돈이 이런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란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며 모금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펀드미의 대변인은 “이번 모금행사는 경찰 가족의 지원을 위한 것이어서 규약 위반이 아니다”며 돈은 수혜자로 돼 있는 가족들에게 직접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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