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공개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이 흑해에 있는 러시아 유조선에 접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해상 드론’을 동원해 이틀 연속 러시아 선박을 공격했다.
영국 비비시 등은 5일 전날인 4일 자정께 흑해와 아조우해를 잇는 크림반도 인근 케르치 해협에서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무인기)이 선원 11명이 타고 있던 러시아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을 인용해 이번 공격에 450kg의 티엔티(TNT) 폭약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이날 공격으로 러시아 유조선 엔진실이 파손됐다. 2m 크기의 구멍이 뚫렸지만 기름이 유출되진 않았다. 다친 사람도 없다고 러시아 당국은 밝혔다. 이 유조선은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군에 전투기 연료를 공급한 의혹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러시아 당국은 케르치 다리의 통행을 중단시켰다.
하루 전날인 3일 밤에도 비슷한 공격이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흑해 북동쪽 노보로시스크 항구 근처에서 해상 드론으로 러시아 해군 상륙함인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를 타격해 폭발을 일으켰다. 이 선박은 3600t 규모로 길이는 113m에 달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군함 피격 사실은 인정했으나 손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는 않았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4월13일 우크라이나군이 모스크바함을 격침한 뒤로 러시아 군함이 이렇게 심각하게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짚었다.
러시아 흑해 함대에도 치명타라는 평가가 나왔다. 흑해 함대는 2014년부터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 대한 위협이 커지면서 최근 병력의 상당 부분을 노보로시스크항으로 재배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항구는 러시아 원유 수출의 요충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이후 러시아 해군에 대한 가장 심각한 공격”이라면서 “우크라이나 무인기의 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17일 흑해곡물협정에서 탈퇴한 뒤,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수출 항구인 남부 오데사 등을 공습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해상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5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 항구 6곳을 “전쟁 위험” 지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히며, 향후 러시아 영토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를 향한 드론 공격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크림반도를 포함해 러시아 점령 아래 있는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하루만에 보복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밤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순항 미사일 칼리브르 등을 동원해 공격을 감행했으며 서부 흐멜니츠키 등 지역과 러시아가 일부 점령 중인 자포리자주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항공기 엔진 생산 업체 ‘모터 시치’가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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