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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루블화 올 초보다 30% 폭락…전쟁 장기화에 러 경제 휘청

등록 2023-08-15 14:25수정 2023-08-15 20:02

14일(현지시각) 모스크바의 외환사무소 시세표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루블의 가치는 한때 달러당 101루블까지 떨어져 지난해 3월 이후 17달 만에 가장 낮았다. AF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모스크바의 외환사무소 시세표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루블의 가치는 한때 달러당 101루블까지 떨어져 지난해 3월 이후 17달 만에 가장 낮았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통화 루블의 가치가 올초에 비해 30% 가까이 폭락했다. 전쟁 장기화로 재정적자가 늘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휘청이는 모습이다.

루블이 14일(현지시각)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101루블 아래로 떨어지며 출렁이다가 달러당 98.5루블로 장을 마감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루블 가치는 전쟁 직후 급락했던 지난해 3월 이후 17달 만에 최저치이고, 전쟁 전에 견줘서도 20% 넘게 하락했다.

 루블 가치가 폭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튿날인 15일 예정에 없던 회의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8.5%에서 12%로 3.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루블 평가절하가 물가로 전이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루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인플레이션 억제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8.5%로 1%포인트 올린 바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회의는 다음달 15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비상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을 당겼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앞선 10일엔 루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외환시장에서 외화를 사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국내에선 중앙은행 등 통화당국의 정책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 막심 오레쉬킨은 국영 타스 통신 기고를 통해 “루블 약세와 인플레이션 강세의 주요 동인은 느슨한 통화정책”이라며 “통화 약세는 경제 구조조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실질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이 “가까운 장래에 상황을 정상화할 모든 수단을 갖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루블의 하락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늘어난 국방 수요를 충족하려 수입이 크게 늘어난 반면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경제의 핵심축인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서방의 제재(수입금지와 가격상한제)와 유가하락 등으로 인해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 방문 연구원은 “러시아 경제가 전쟁과 관련한 국가의 다양한 수요(전비 지출)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수입을 부채질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도 불러온다”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2.1%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지난 2분기(4~6월)엔 예상보다 높은 4.9% 성장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애초 예측치인 0.7%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의 성장은 주로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한 정부 지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그로 인해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물가가 크게 오르는 중이다. 러시아의 7월 물가상승률은 4.3%였으며 연말 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루블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략 직후 달러당 135루블 아래로 떨어졌지만, 잇따른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외환 통제와 국제유가의 급등, 무역수지 흑자 등에 힘입어 곧바로 반등한 뒤 줄곧 달러당 50~60루블로 안정세를 보여왔다. 올 초만 해도 달러당 65루블 수준이었으나, 불과 석 달 만에 달러당 100루블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30% 하락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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