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파키스탄계 추정” 용의자들 체포
‘테러위급’ 발령…대서양 항공노선 마비
미 국토안보부장관 “알카에다 짓 같다”
‘테러위급’ 발령…대서양 항공노선 마비
미 국토안보부장관 “알카에다 짓 같다”
“미국행 여객기들의 폭파 음모가 적발됐다.”
10일 아침(현지 시각) 영국 경찰의 한마디에 대서양 양쪽 공항들이 삽시간에 얼어붙고 각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여객기 10대를 동시에 날려버리려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9·11테러 직후에 버금가는 혼란이 영국과 미국을 흔들었다.
영국 경찰은 미국행 여객기들을 손짐으로 꾸민 폭발물로 폭파하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인명 살상” 음모를 꾸민 혐의로 21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몇 달간의 추적 끝에 이들을 런던을 비롯한 3~4개 도시에서 9일 밤 체포했지만 테러 위협이 완전히 좌절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여객기 4대를 납치한 9·11테러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존 리드 내무장관은 이들이 “운항 중인 여객기 여러 대를 떨어뜨려 많은 인명을 살해하려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국에서 자라난” 이들이 음모를 꾸몄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신원이나 구체적 음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내무장관은 용의자들이 “파키스탄 혈통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비시(BBC)>는 용의자들이 여객기 10대를 대서양 상에서 폭파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고, <에이피(AP) 통신>은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카항공, 콘티넨털항공 등의 미국 여객기들이 표적이었다는 익명의 미국 관리들 말을 전했다. 마이클 처토프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조사를 더 해야 한다면서도 “알카에다 짓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의자들이 음료수와 다른 물품들로 위장된 폭발물을 전자기기로 꾸민 기폭장치로 폭파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영국 공항당국은 이날 국내선 및 유럽행 항공기의 이착륙을 전면 금지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런던 근처 히스로 공항과 지방 공항들의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됐다. 영국 정부는 탑승 예정자들은 가급적 집에 머물거나 기차를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교통부는 자국 공항을 출발하거나 경유하는 모든 비행기에 여권이나 지갑, 안경, 의약품 등 필수품만 갖고 탈 수 있게 하고 손짐 반입을 금지했다. 증파된 경찰은 공항에서 제공하는 휠체어만 검색대를 통과하게 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히스로 공항은 보안검사를 받는 승객들로 매우 혼잡했고, 항공편은 5시간 넘게 지연됐다. 영국 정보기관 MI5는 “영국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거나, 위협이 극히 높은 상태”라며 테러 위험 등급을 ‘심각’에서 가장 높은 ‘위급’으로 올렸다. 카리브해에서 휴가 중인 토니 블레어 총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한테 전화로 사건을 자세히 설명했고, 부시 대통령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 사건이 “미국이 이슬람 파시스트들과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영국발 비행기의 위험 등급을 처음으로 최고 등급인 ‘적색’으로 올리고 나머지 노선들에도 한 단계 아래인 ‘오렌지’ 경보를 발령한 미국에서도 소동이 벌어졌다. 아메리카항공 등은 런던행 비행편을 취소시켰고, 액체 물질과 화장품 등의 기내 반입이 금지됐다. 겁먹은 일부 승객들은 탑승을 포기했다.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는 1988년 리비아인들이 라디오로 위장해 여객기로 반입한 폭발물이 스코틀랜드 하늘에서 터져 270명이 숨지기도 했다. 브리티시항공은 10일 유럽 바깥 지역으로는 유일하게 리비아 취항을 중단했다.
인천공항 영국행은 정상운항
한편, 국내 항공사들은 영국행 항공기 일정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11일 오전 0시28분(이하 한국시각)께 히스로 공항에 도착해 5시에 현지를 떠나고,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1시께 도착해 6시30분에 런던을 출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히스로 공항엔 정상적으로 도착하겠지만 검색이 강화돼 현지 출발 지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본영 이유주현 기자 ebon@hani.co.kr”
기관총으로 무장한 공항경찰들이 10일 미국 존에프케네디 국제공항에 있는 브리티시항공 터미널을 순찰하고 있다. 뉴욕/AP 연합
영국 공항당국은 이날 국내선 및 유럽행 항공기의 이착륙을 전면 금지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런던 근처 히스로 공항과 지방 공항들의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됐다. 영국 정부는 탑승 예정자들은 가급적 집에 머물거나 기차를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교통부는 자국 공항을 출발하거나 경유하는 모든 비행기에 여권이나 지갑, 안경, 의약품 등 필수품만 갖고 탈 수 있게 하고 손짐 반입을 금지했다. 증파된 경찰은 공항에서 제공하는 휠체어만 검색대를 통과하게 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히스로 공항은 보안검사를 받는 승객들로 매우 혼잡했고, 항공편은 5시간 넘게 지연됐다. 영국 정보기관 MI5는 “영국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거나, 위협이 극히 높은 상태”라며 테러 위험 등급을 ‘심각’에서 가장 높은 ‘위급’으로 올렸다. 카리브해에서 휴가 중인 토니 블레어 총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한테 전화로 사건을 자세히 설명했고, 부시 대통령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 사건이 “미국이 이슬람 파시스트들과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런던의 제2 공항인 가트위크 공항에서 10일 강화된 보안검색을 받게 된 승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런던/EPA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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