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도 ‘빅스텝’ 밟았다

기준금리 0.5%p 전격 인상
우크라전 여파 고물가 대응
11년 만에 처음 금리 올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번 금리인상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난달 예고(0.25%포인트)했던 것보다 높은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다. 유럽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무려 11년 만이고, 0.5%포인트를 올린 것은 무려 22년 만이다.

유럽중앙은행은 21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 뒤 통화정책 방향을 알리는 성명을 내어 “물가 상승률이 중기 목표치인 2%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7월의 기준금리, 한계대출금리, 예금금리는 각각 0.5%, 0.25%, 0%로 상승해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끝났다. 새 금리는 27일부터 적용된다.

유럽중앙은행은 6월 금리를 일단 유지하기로 하면서 7월엔 그동안 유지해온 ‘양적 완화’ 정책을 끝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로 올리고, 9월에도 재차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 6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1% 오르는 등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된데다 유로존 물가도 두달 연속 8% 넘게 오르는 위험한 흐름을 보이자 결단을 내렸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빅스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지난달 예고한 것보다 더 큰 조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최신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럽중앙은행이 경기 악화의 우려보다는 인플레 억제를 우선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이 성명에서 밝혔듯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유럽의 에너지와 식량 가격은 치솟고 있다. 그로 인해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4월 7.4% 오른 데 이어 5월엔 8.1%, 6월에는 8.6% 상승했다. 에스토니아 등 일부 국가의 물가는 무려 22%나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5월엔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은 데 이어 6월엔 0.75%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러한 물가 상승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의 여파로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애초 3.9%에서 2.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탈리아(4.4%→2.7%), 프랑스(4.1%→2.2%), 독일(3.3%→1.3%) 등 유럽 주요국의 성장률도 각각 2%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길윤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