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강원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모습. 연합뉴스
레고랜드발 한국 채권시장 경색 이후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재가동과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외신은 여전히 우려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정부의 지원책 발표와 관련해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이 광범위한 확산 우려를 완화했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유동성 부족 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한국 정부의 지원책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완화되면서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23일 채권을 사들여 자금을 공급하는 내용의 대규모 지원책을 내놨다. 그보다 앞선 20일에는 채안펀드 여유재원을 활용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23일 <블룸버그>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과 대만이 특히 힘든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한국의 레고랜드 사태를 언급하면서 “이례적인(rare) 디폴트”라고 표현했다. 1조6000억원 규모의 채안펀드 재가동에 대해서는 “전체 시장 규모가 크고 채권수익률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 시장이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 미국의 반도체 칩 규제가 반도체 강국인 이들 국가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두 국가 모두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비슷하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강달러 속에서 모든 시장이 속 쓰린 움직임을 보이지만, 한국과 대만은 주요 경제 가운데서 특히 취약해 보인다”며 “미국의 규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과 이어진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도 이들 국가의 고통을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티그룹 개인은행 부문의 아시아투자전략 켄 펭 총괄은 “아주 긴 겨울이 될 것”이라며 “당국의 지원 조치들은 아마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강달러가 고점을 찍고 돌아서고 미국 외 국가들의 성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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