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올해 1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작은 상승 폭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물가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전달 대비로는 0.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의 전문가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7.9%, 전월 대비 0.6% 상승이었다. 물가 조사 품목 가운데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3%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치(6.5%)를 밑돌았다.
올해 들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월(7.5%)과 2월(7.9%)을 제외하면 모두 8%를 웃돌았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물가가 9.1%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6월 고점을 찍은 물가지수 상승률 폭은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게 됐다.
지표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12월14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예측이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최근까지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왔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4.00%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도구인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 회의에서 연준이 기존보다 인상 폭을 줄인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확률은 80%, 다섯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확률은 20%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물가상승이 약화되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여지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작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것처럼 보인다”며 “연준 이사회가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부터 물러날 여지를 줬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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