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국인과 아프간인 등을 아프간 밖으로 이송하기 위한 수송기 아래에 미군이 모여있다. 카불/미 공군 제공 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내 미국인과 현지인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 정권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방해 때문에 목표 시점인 이달 31일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8월 31일을 넘기더라도 미국인이 모두 대피할 때까지 아프간에 미군을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오전 3시부터 24시간 동안 C-17 수송기 18대를 동원해 2000명을 아프간에서 빼냈다고 18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 가운데 325명은 미국 시민권자이고 나머지는 미군에 협조한 아프간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인력이다. 지난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이 함락된 뒤 이날까지 모두 5000명을 대피시켰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하루 2000명 수송은 초기보다는 속도가 붙은 것이지만, 미국이 목표치로 제시한 하루 5000~9000명보다는 여전히 낮은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아프간에 1만~1만5000명의 미국인이 남아있고, 미국에 협조한 아프간인과 그 가족 등이 5만~6만5000명에 이른다면서 “나와야 할 사람들을 모두 탈출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속도를 높여서 하루 7000명씩 수송하면 미군 철수 목표 시점인 8월 31일까지 모두 아프간에서 빼낼 수 있다고 말했다.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수송 능력을 더 늘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탈레반이 협조해야 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수천 명의 미군을 배치하고 대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카불 전역과 공항 근처에 검문소들을 설치해놓고 이곳을 통과하려는 아프간인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협박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군대에 통역을 협조한 한 아프간인이 총에 맞는 등 수천 명의 아프간인들의 공항 접근이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공항에 가려는 미국인들은 미군이 통제하는 게이트를 통해서 들어갈 것을 안내하고, “미정부는 (공항까지) 안전한 통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음을 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시민뿐 아니라 공항에 가려는 모든 이들의 안전한 통과를 보장하기 위해 탈레반과 대화하고 있다”며 “최대한 많은 이들을 대피시키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말까지 공항에 영사 인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이비시> 인터뷰에서 “우리는 8월 31일 전에 대피 작업을 끝내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까지 완료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미국 시민권자가 남아있다면 그들을 모두 빼내기 위해 남아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국 안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아프간의 조력자들 대피를 일찍 시작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정치권과 인권 단체 등에서 나온다. 이같은 비판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 연설에서, 아프간 정부가 자신들에 대한 신뢰가 약화할 것을 우려해 대규모 대피를 진행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점을 하나의 이유로 들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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