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기후변화 대처에서 “미국이 모범을 보이겠다”며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즉각 행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계기로 미국의 신뢰와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엇갈린 행보’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당사국 총회 연설에서 현재 인류가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해 “엄청난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세대가 고통 겪도록 둘 것인가”라고 물으며 “지금이 그 대답을 결정할 10년이다. 우리 스스로를 입증할 기회가 있는 결정적 10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지적하며 “글래스고는 우리 공동의 미래를 보전하기 위한 야심과 혁신의 10년의 시작이어야 한다. 우리끼리 담장에 앉아서 논쟁하고 망설일 시간이 없다. 이 순간을 잡지 못하면, 아직 오지 않은 최악을 우리 중 누구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모범을 보이겠다며 ‘적응·회복을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PREPARE)이란 구상을 새로 발표했다.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2024년까지 매년 30억달러를 투입하는 안이다. 미국은 앞선 4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와 함께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파리기후변화협약에 탈퇴했던 사실에 대해서 사과했다. 그는 이날 별도 행사에서 “미국이 전임 행정부 때 파리협약에서 탈퇴해 우리 모두를 약간 어려운 처지에 밀어 넣은 것에 대해 내가 사과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사과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6년 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파리협약이 일자리를 죽인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국내 현실은 이날의 호언장담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5550억달러(654조원)의 예산 확보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예산을 포함한 사회안전망 지출안을 놓고 여당인 민주당 내의 이견에 막혀있다. 그뿐 아니라 ‘클린 에너지’를 강조하면서 화석연료인 원유와 가스 생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 초반 6개월간 승인한 원유·가스 시추 허가는 약 2500건으로, 트럼프 정부 시절 1년 규모에 맞먹는다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지난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에게 원유 증산을 촉구했다. 이런 발언은 모순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겨에서 “표면적으로는 역설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재생에너지로 옮겨갈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고 말했다. 당장 유가 상승을 막기 위해 원유 증산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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