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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123년 분할 지배, 그리고 학살…러시아와 악연 ‘폴란드의 공포’

등록 2022-03-22 04:59수정 2022-03-22 08:10

서방과 러시아 사이 위치한 폴란드
“끔찍함 알기에…사회 전체가 겁먹어”
러시아에 두 번 나라 쪼개졌던 ‘악몽’
야네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왼쪽부터),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만난 뒤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야네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왼쪽부터),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만난 뒤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장 큰 공포감에 빠진 주변국은 단연코 폴란드다. 러시아와 서구 사이에 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두번이나 나라가 쪼개지며 깊은 상처를 받은 역사적인 악몽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뒤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는 국가는 단연 폴란드다. 미국의 반대로 좌절되긴 했지만 지난 8일 자국의 소련제 미그-29 전투기 28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했고, 15일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체코·슬로베니아 총리와 함께 포탄을 뚫고 키이우(키예프)를 방문해 강한 연대감을 과시했다.

폴란드가 이처럼 절박하게 움직이는 것은 러시아의 군홧발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또다시 폴란드로 넘어올 수도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폴란드의 외교정책 전문가 스와보미르 뎅브스키는 12일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뷰에서 “폴란드 사회는 겁먹었다. 러시아와의 어떠한 물리적 대결도 얼마나 끔찍하고 소름 끼치고 극적인지를 사회 전체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지만, 폴란드 국민인 도로타 카르핀스카(61)는 “나토는 이름뿐이다. 그게 뭘 하는 건지 누가 아느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폴란드의 불안감은 13일 러시아의 미사일이 폴란드 동쪽 국경 코앞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야보리우 군사기지에 떨어진 뒤 더욱 고조되고 있다.

폴란드는 남동쪽으로 우크라이나와 500㎞, 북쪽으로는 러시아의 역외 고립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230㎞에 이르는 국경을 접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로 가는 미국과 유럽의 무기 전달 통로이고,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수백만 난민의 탈출로이자 수용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 역사를 돌아봐도 러시아와 악연은 뿌리 깊다. 폴란드는 18세기 말 러시아(제정 러시아)·독일·오스트리아 3국에 123년간 분할 지배를 당했다. 1차 세계대전 뒤 가까스로 독립했으나 2차 세계대전 때 동쪽의 러시아(소련)와 서쪽의 독일로부터 동시에 공격받으며 또다시 분할 점령당했다. 이후 소련 비밀경찰(NKVD)은 폴란드 장교·경찰·교사 등 지식인 포로 2만여명을 총살해 매장하는 ‘카틴 숲 학살’이란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 1945년 2차 대전이 끝나고 해방됐으나, 이후 냉전 시기 내내 소련의 위성국가로 머물렀다. 폴란드의 민주화 운동은 소련의 입김으로 탄압당했고, 결국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이후 친서방 노선을 확고하게 견지하며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99년 나토, 2004년 유럽연합(EU)에 차례로 가입했다. 폴란드는 자국 내 미군 주둔을 추진해, 1997년 첫 배치가 이뤄졌다. 올해 초까지 약 4000명이던 폴란드 주둔 미군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약 9000명으로 늘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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