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논의를 주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러시아의 석유 수출 수익을 제한하려는 석유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는 이 제도를 모든 산유국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7일 언론 브리핑에서 “주요 7개국 정상들이 관계 각료들에게 미국, 유럽연합(EU), 영국과 넓게는 주요 7개국 밖으로 나가는 러시아 원유의 출하분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설정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만들라는 합의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은 26일부터 독일 남부 엘마우성에서 시작된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기후 위기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날 주요 7개국 정상들은 에너지와 기후 변동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인도·인도네시아·세네갈·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초청국과 함께 확대 회의도 진행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 석유를 겨냥한 새 제재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 “러시아의 (원유 수출) 수입을 줄이고 다른 나라에 대한 부작용을 억누르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각국의 재무장관과 관계 각료들이 주요 7개국에 속하지 않는 나라들과 함께 제도를 설계하게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주요 7개국이 관할하는 석유 운송망을 통해, 러시아 석유의 거래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누르기 위한 수단을 찾는 논의가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상한가를 넘은 거래에 대해선 석유 운반선에 대한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기자들과 만나 7개국 정상들이 석유가격 상한제 설정에 대해 공감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중요한 것은 (목적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적인 디테일”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석유가격 상한제가 러시아뿐만 아니라 모든 산유국에게 적용돼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석유 수입 국가들이 느끼는 압력을 완화하고 에너지 가격 인하를 위해 이런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프랑스의 한 당국자는 이 제안이 “세계적인 가격 상한을 설정하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더 많은 석유 생산을 위한 가격 완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의견에 대해 주요 7개국의 한 당국자는 러시아산 석유를 대체하는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려는 다른 산유국들의 동기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프랑스는 또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시장에 복귀시켜 석유 생산을 회복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된 석유 일부를 시장에 허용하는 조처를 취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 화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선 6일 스페인과 이탈리아 기업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가 진 빚을 석유로 대신 받는 방안을 허용하는 등 유럽으로 석유의 수출을 허용했다. 또, 재무부는 자국 석유회사 셰브론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회사와 라이선스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베네수엘라 영부인의 조카 카를로스 에릭 말피카 플로레스에 대한 제재도 해제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주요 7개국 당국자들은 러시아산 석유에 가격 상한을 도입하려면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기술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 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유럽연합(EU)에서 이 안이 합의되려면 27개 회원국 전원이 동의해야 하는데 헝가리 등은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소극적이다. 또다른 문제는 값싼 러시아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 인도 등의 반발이다. 주요 7개국의 한 당국자는 “우리는 그 기본 구조를 지지한다”며 “그러나 상세한 대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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