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에서 28일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 이들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조처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을 논의했다. 엘마우/AP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의 자금줄을 옭아매고 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주요 7개국은 28일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사흘째 이어진 정상회의를 마친 뒤 현재 서구가 마주한 여러 위협에 대한 대응 방침을 열거한 28쪽 분량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보면, 주요 7개국들은 “러시아가 자신이 일으킨 ‘압제의 전쟁’에서 이익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한 추가적인 조처를 연구할 것”이라며, 구체적 방안 중 하나로 “적정한 수준의 일시적인 가격 상한제 도입을 포함해 유럽연합(EU)이 국제적인 동반국들과 함께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방법을 탐구하겠다는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가 국제적인 동반국들과 함께 협의를 통해 동의된 가격이나 그 이하로 구입될 경우 해상 수송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서비스를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포함한 여러 접근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7개국이 러시아 석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라는 파격적인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시행된 여러 제재가 ‘양날의 칼’이 되어 전 세계가 석유 등 에너지 가격 폭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서 나왔다. 전 세계는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는 반면 러시아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전비를 조달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인도 등이 값싼 러시아 석유를 대량 수입해 제재에 구멍을 내고 있다.
러시아 석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는 ‘경제 원칙’에 기초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아이디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석유 소비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과 상관없이 석유를 가능한 싸게 구입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석유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대신에 가격을 제한하면, 석유 소비국들도 호응하고 러시아의 석유 수입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이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이 공동성명에서 제시했듯 서구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석유를 수출하는데 필요한 서구의 금융·보험·해운망을 지렛대 삼아 유가를 제한하겠다는 복안이다. 일정 가격 이상의 러시아 석유에는 해상 보험 등을 거부해 해운회사들이 석유 수송을 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현재 러시아 석유를 수입해 제재에 구멍을 내는 중국이나 인도도 이에 동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시행안은 성명에 나온 대로 유럽연합이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가 판매량 축소로 가격 인하에 대응하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애초 의도와 달리 ‘시장 원리’에 의해 석유 가격이 폭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싼 러시아 석유로 이익을 보는 중국과 인도가 미국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출지도 알 수 없다. 이들이 참여하려면 현재 이들이 구입하는 가격보다 더 싼값을 보장해야 한다. 유럽연합 전체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는 것도 쉽지는 않다. 러시아 석유 수입을 올해 말까지 중단한다는 결정을 놓고 유럽연합은 큰 내홍을 겪었다.
기술적인 난점도 많다.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석유 회사뿐만 아니라 금융·보험·해운 등 민간기업, 러시아 석유를 사들이고 있는 비서방 국가들의 동의 등 광범위하고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행안을 만드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유럽연합의 관리들은 <뉴욕 타임스>에 러시아 석유 상한제 적용은 고통스럽고, 정치적으로 문제 투성이이고,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 석유가 상한제가 “상대적으로 빨리 실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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