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반군이 4일 러시아군이 점령한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에서 군용 차량 위에 올라 뒤쪽을 바라보고 있다. 전날인 3일 우크라이나군은 리시찬스크에서 병력을 철수했다고 발표했으며, 러시아군은 리시찬스크를 포함한 루한스크주 전역을 점령했다. 리시찬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파괴된 국토를 복구하는 데 약 7500억달러(약 977조6000억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 각국이 ‘동결’하고 있는 러시아 자산을 재건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4일 스위스 남부 루가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서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약 75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추정치를 제시하며, 각국이 대러시아 제재로 묶어두고 있는 “러시아의 동결 자산이 3000억~5000억달러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정부가 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시작했고, 대량 파괴를 일으켰으니 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재원의 절반 정도를 미국 등이 동결 중인 러시아 자산을 매각해 사용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자산을 ‘동결’하는 것과 이를 ‘매각’해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여서 이 제안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시미할 총리는 이어 재건 사업은 ‘긴급도’를 고려해 1차로 수도·다리 등 일상생활에 밀접히 관련된 사회간접자본을 복구하고, 이후 학교·병원·주택 등을 재건하며, 마지막으로는 장기적인 경제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3단계 접근법을 제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온라인 연설을 통해 “이 회의의 결정이 민주주의의 역사적인 승리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재건은 한 나라가 아닌 민주적인 세계의 공통 과제”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스위스 정부가 공동 개최한 이 행사에는 한·미·일과 유럽 주요 국가 등 40여개국과 유럽연합(EU), 세계은행,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도 참가했다. 애초 우크라이나의 개혁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로 계획됐지만, 지난 2월 말 전쟁으로 주제가 ‘재건 지원’으로 바뀌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에) 특별한 책임과 전략적 관심이 있다. 이 여정의 모든 걸음에서 우크라이나의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차관은 5일 전체회의 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기본 방향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노력에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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