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러시아는 31일 이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3일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주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다시 중단해,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옥죄고 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인 가스프롬은 31일(현지시각) 러시아에서 발트 해를 통해 독일 동부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사흘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가스프롬은 이번 가스 공급 중단의 이유로 송유관 수리를 내세웠다.
이탈리아의 에너지 회사 에니도 이날 가스프롬으로부터 가스 공급이 최근 며칠 동안 하루 270만㎥에서 200만㎥로 줄었다고 밝혔다. 에니는 지난 6월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축소되기 전에는 하루 370만㎥를 공급받았다. 프랑스 가스회사 엔지도 가스프롬이 계약 분쟁을 이유로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면서 가스를 무기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러시아는 지난 7월에도 열흘간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 바 있다. 러시아는 이후 이 송유관의 가스 공급을 최대 용량의 20%로 낮춰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통제로 가스 값은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과거 10년 평균 가격의 10배로 폭등했다. 또, 러시아가 지난 7월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완전히 차단한 사건 이후 가스 값은 2배가 뛰었다.
러시아가 지난 7월 이후 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유럽이 겨울에 대비해 가스 비축을 막으려는 조처로 보인다.
유럽의 가스 비축량은 지난 29일 현재 최대 용량의 80.17%에 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관련 업체 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유럽연합이 오는 11월까지 목표치인 80%를 상회하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겨울이 오기 전 가스 비축량을 늘리려고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이번 가스 공급 중단이 가스 가격에는 아직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있다. 유럽 가스 가격은 지난 26일 메가와트아워(mWh) 당 340유로를 기록한 뒤 234유로까지 급락했다. 가스 가격 하락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퇴 우려가 컸다.
독일 쪽은 러시아의 이번 가스 공급 중단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고, 3일 뒤에 가스 공급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가스 공급 중단이 장기화한다면, 독일 등 유럽 전역이 다시 심각한 가스 난과 경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