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러시아 점령지 헤르손시에 대피령이 내려진 뒤 주민들이 피란 행렬에 오르며 드니프로강을 건너는 배에 승선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이달 초 병합한 헤르손시 주민들에게 즉각 도시를 떠나 드니프로강 동안으로 피난하라고 명령했다.
2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헤르손주를 점령 중인 러시아 행정부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전선의 긴박한 상황, 대규모 포격 위험 증가, 테러 공격 위협으로 인해 헤르손시의 모든 민간인은 즉시 도시를 떠나 드니프로 강을 건너가야 한다”고 대피령을 내렸다. 이들은 모든 산하 부서에도 이날 중으로 드니프로 강을 건너라고 명령했다. 지난 19일 헤르손시에 사는 민간인들의 대피가 결정된 지 사흘 만에 남은 이들 모두에게 떠날 것을 긴급 명령한 것이다.
앞서, 헤르손주 점령지의 러시아 행정수반 블라디미르 살도는 지난 19일 “헤르손시에서 앞으로 6일간 매일 1만여명씩 이주할 것”이라 말하며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서안 4개 마을 주민의 대피를 결정했다. 자발적으로 이주할 경우 비용을 지원하고 민간인의 헤르손시 진입도 7일간 금지시켰다. 우크라이나군이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고 작전 지역에 민간인이 있어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는 이달 초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주의 병합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남부 헤르손주 등에선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밀려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남동부 4개주에 계엄령을 내리며 이 지역을 방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한편,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습해 대규모 정전 사태를 일어켰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100만 가구 이상이 정전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현재 흐멜니츠키 67만2천 가구, 미콜라이우 18만8천400 가구, 볼린 10만2천 가구, 체르카시 24만2천 가구, 리브네 17만4천790 가구, 키로보그라드 6만1천913가구, 오데사 1만500 가구 등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다.
러시아는 겨울 혹한기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 등 주요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가 밤사이 36발의 미사일을 쏘며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했다”면서 “이번 공습은 중요 기반 시설에 대한 사악한 공격이며 전형적인 테러리스트 전술”이라고 비난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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